과도한 업무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회사가 주최한 등반행사에 참여했다가 급성심장정지로 사망한 경우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김소영 대법관)는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정책개발팀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11년 사망한 정아무개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고인은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업무의 마감기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업무성과평가에서 감점을 받는 등 사망할 무렵 업무상 과로를 하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주최한) 청계산 등산이 촉발요인으로 작용해 급성심장정지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어 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고인은 2011년 소비자안전평가 업무와 국민소비조사 업무를 부여받아 그해 9월 말까지 완료해야 하는 상황에서 같은해 9월 중순께 소비자물가교육개발방안 업무를 추가로 받았다. 고인은 회사에서는 물론 자택에서도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게다가 고인은 2009년과 2010년도 종합업무성과평가에서 각각 C등급과 D등급을 받아 인사고과에 따른 스트레스가 가중된 상태였다. 특히 국민소비조사 업무를 마감시한인 9월 말까지 완수하지 못하면 하루에 1점씩 업적평가점수가 낮아지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회사측이 주최한 청계산 등산에 참여했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당일 사망했다.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은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고인이 업무로 인해 과로를 하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업무의 일환으로 참여한 청계산 등산이 촉발요인으로 작용해 급성심장정지가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역시 “2심 판결에 법리의 오해 등 위법이 없다”며 업무상재해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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