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하지 않으면 인사조치하겠다."

3일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임시 조합원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김아무개(32)씨가 받은 문자메시지다. 그는 이날 새벽 2시까지 부지점장으로부터 수차례 전화를 받았다. “(총회는) 불법행위이니 참석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김씨는 “불이익을 주겠다니까 반감이 더 생기더라”며 “경영진 생각이 맞다면 이런 방식으로 아무런 협의 없이 따라오라고만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협박을 받은 조합원은 김씨만이 아니다. 서울의 한 지점에서는 점심시간은 물론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장부에 기록하고 가라고 겁박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지부의 한 간부는 대형버스를 막아선 승용차를 장정 여럿이 밀어내는 동영상을 보여 줬다. 이날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에서 열린 조합원 총회 참석차 새벽에 출발하려는 버스를 일자로 늘어선 승용차가 막아서자 조합원들이 힘을 합쳐 밀어내는 동영상이다. 본점에서는 아예 임원들과 부팀장 100여명이 출입문을 막고 지부 간부들과 승강이를 벌였다.

은행이 총력전을 벌인 탓인지 오전 11시로 예정된 조합원 총회는 열리지 못했다. 오전 10시30분께 120명이었던 참석 조합원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1천200명 수준이 됐다. 그러나 3천500여명인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총회는 무산됐다.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과 관련한 방향을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겠다는 지부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지부 관계자는 “사측이 그동안 협박해 온 대로 대기발령 등 징계조치를 시작했다”며 “조합원 총회 개최나 의사진행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직원들에 대한 불이익조치를 시도하면 형사고발하겠다고 누차 밝힌 만큼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당하고 합법적인 조합활동을 폭력으로 무산시킨 경영진은 사퇴해야 한다”며 “쟁의조정 절차가 상당히 진척됐으니 조만간 파업을 포함한 투쟁계획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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