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은행지부

요새 그를 보면 전쟁을 치르는 듯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성명을 내고, 기자회견을 하며, 집회를 연다. 최근 삭발해 짧은 머리를 한 김근용(45·사진)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위원장 얘기다.

지난 27일에는 5년 독립경영을 보장한 2012년 2·17 노사정 합의서를 위반한 것이라며 지부가 반대했던 외환카드 분사를 금융위원회가 승인했다. 그런 가운데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을 공식화했다.

하나금융이 28일로 예정했던 통합이사회를 연기하기는 했지만 경영진의 조기통합 압력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직원 95%가 조기통합 반대결의서를 내면서 노사가 격돌하는 모양새다.

김근용 위원장은 “언론플레이만 하지 말고 먼저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했다. 28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공개토론 제안을 언론플레이로 본 것이다. 합병찬성 성명 발표와 합병 관련 행사 참여를 강제하고, 노조를 적대시하는 행위를 계속하면서 언론에는 대화 제스처를 취한다는 비판이다.

김 위원장은 “신뢰감이 없는데 어떻게 협상을 하느냐”며 “신뢰감을 주면 대화 시작 여부는 노조가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부는 3일 조합원 총회를 개최한다.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과 관련해 직원들의 진정한 뜻을 묻겠다는 취지다. <매일노동뉴스>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 금융위원회가 외환카드 분사를 승인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관련 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 계속 진행하나.

“외환카드 분사는 지주에게도, 외환은행에게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고 싶다. 외환은행은 분사로 생돈 6천400억원을 날렸다. 자본확충을 해야 할 정도다. 직원들이 너무 불안해한다. 전적 조건에 3년간 고용을 보장한다고 돼 있다. 3년 뒤에는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불확실하고 불합리한 부분을 해소하는 것은 노조의 의무다. 이런 부분에 대해 사측이 진솔하게 대화하지 않았다. 굉장히 아쉽다. 금융위가 외환카드 분사를 승인했지만 아직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률적인 부분에서 다툴 부분이 많다.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겠다.”

- 28일 열릴 예정이었던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이사회가 연기됐다. 연기사유가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였는데.

“명분이 있었다면 이사회를 강행했을 것이다. 무리하게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과 관련해 여러 곳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움츠러들 만한 일이 있었을 것이다.”

- 외환은행 경영진은 7월7일부터 조기통합 관련 협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13차례나 전달했는데 노조가 협상에 임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영진은 진짜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 7월3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일방적으로 조기통합을 발표했다. 이것부터 잘못됐다. 만약 조기통합에 당위성·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노조와 진솔한 대화를 하는 게 순서다. 2·17 합의서가 있지 않나. 노조는 뒤통수를 맞았다. 일언반구 없다가 일방적으로 합병을 발표했다. 게다가 노조에 협상을 제안하지도 않았다. 직원들과 지점장을 불러 통합교육을 시켰다.

대화를 하자면서 공문만 보내기 시작했다. 무슨 의미겠나. 명분을 쌓는 거다. 한쪽으로는 직원들을 강요하고 강압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언론플레이를 한다. 하나지주 쪽에서 물밑으로 노조와 협상을 하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날 거라는 얘기를 흘렸다고 한다. 대체 어떤 노조와 협상을 한다는 건가. 비열한 짓거리다. 대화하려는 자세가 안 돼 있다. 진정성을 보여 줘야 한다.”

- 28일 김정태 회장이 “올해 안에 통합이 완료돼야 한다”며 노조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전형적인 언론플레이다. 대화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먼저 강요와 강압을 중단해야 한다. 직원들이 반대하는 비전캠프 참석을 강요하고, 직원들에게 사내망에 글을 게시하게 하거나 부점장들에게 성명을 내도록 강압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노조에 대한 적대행위와 직원들을 분열시키려는 지시를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슨 대화를 하나. 노조를 부수려는 사람과 대화를 할 수는 없다.”

-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직원들의 생각이 중요하다. 직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직원들의 진정한 뜻을 묻기 위해 9월3일 조합원 총회를 한다. 금융노조와 한국노총과 연대해 투쟁여건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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