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최근 노조와 협의 없이 변형근로를 통보하고, 조합원 현안설명회와 사내집회를 불허해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가 주류 전사판촉과 장시간 노동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회사가 이 같은 방식으로 노조탄압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진로노조(위원장 안상진)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변형근로를 강요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노조의 현안설명회에 난입해 방해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1일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하겠다고 31일 밝혔다. 노조는 28~29일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96.35%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연장근로수당 없이 주 4회 전사판촉 강요"=노사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가 올해 4월 출시한 올뉴하이트(ALL NEW 하이트)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6월부터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 전사판촉이 노사갈등의 단초가 됐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8월 들어 직원들에게 전사판촉을 1주일에 4번(월·화·목·금)씩 나가라고 통보했다. 6월과 7월에 매주 두 번(화·목)씩 나가던 판촉활동을 두 배로 늘린 것이다.

전사판촉은 직원들이 술집이나 매장을 돌며 소비자에게 자사 주류를 홍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통 오후 4시부터 시작해 밤 8~9시까지 이어진다. 술집을 돌며 판촉활동을 하다 보니 직원들이 자연스레 술을 먹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상진 위원장은 "회사를 살린다는 마음으로 소주 담당 영업·관리직 직원들까지 나서 6월과 7월에 맥주 판촉을 열심히 했는데, 8월부터는 회사가 노조와 협의도 없이 판촉일정을 두 배로 잡고 일방적으로 통보·강행했다"며 "연장근로수당도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이달 들어 첫 전사판촉날이었던 지난 11일 관리직 조합원들을 모아 놓고 교육을 진행하려 했다. 그런데 교육을 시작하자마자 노무담당 임원이 교육장에 들어와 "판촉활동을 막으려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회사는 모든 조합원 교육시간을 불허하고 교육장을 폐쇄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며 "사측에 부당노동행위 중단과 조합원 교육을 방해한 임원의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측 "조합원 교육시간 초과, 부당노동행위 아냐"=회사측은 "(지난 11일) 전사판촉 당일 조합원 교육을 하겠다는 것은 노조가 판촉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분명했기 때문에 불허한 것"이라며 "단체협약상 조합원들의 연간 교육시간이 초과된 상황인 만큼 이를 불허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시간 노동 문제나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에 대해서는 수요일에 대체휴무를 주기로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사판촉은 직원들의 자발적 정성에 호소한 것"이라며 "과거 수차례 전사판촉을 했을 때는 (수당을 받지 않아도) 가만히 있다가 왜 지금에 와서 문제제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1일부터 추석연휴까지 생산직·관리직·영업직들이 법정근로시간 준수투쟁을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생산직의 경우 1주일에 3일은 12시간 철야로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하루 8시간 법정근로시간에 맞춰 일할 경우 생산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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