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성현 기자

경제대국에서 경제강국으로 발돋움. 시진핑 주석이 그리는 중국의 미래다.

인구 13억6천만명의 중국은 무역규모와 외환보유고 1위의 경제대국이다. 최근 세계은행은 중국이 구매력 평가 기준인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올해 안에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경제대국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무역과 노동문제를 주도하는 유형 설정자로서, 자본주의 글로벌 경쟁에서 제1의 경제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포부다.

2012년 노무파견을 법률적으로 규제하는 ‘노동계약법 수정안’이 중국 인민대표대회를 통과했다. 한국의 비정규직 관련법과 비슷한 법이다. 노동 관련 법·제도에서 국제기준에 다가서려는 중국의 노력이 엿보인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의 주창자인 덩샤오핑 주석으로부터 시작된 개방·개혁 36년. 중국은 비교적 최근까지 연평균 10%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괄목상대하게 발전했다. 낙관적이든 비관적이든 세계 자본과 노동의 시선이 중국을 향해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개방에서 개혁으로, 무역강국에서 무역대국으로"=중국 옌타이에서 지난 21일 열린 한국 노사발전재단과 중화전국총공회(중국총공회) 주최 ‘중국 진출 한국기업의 노동관계와 노조의 역할’ 세미나는 이 같은 한중 양국의 노사관계와 경제발전의 설계도가 공개된 자리였다. 두 단체는 옌타이 둥팡하이톈(東方海天)호텔에서 한중 양국의 노사관계·노동법·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8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 산업화의 성공을 이룬 우리나라의 경험을 지렛대 삼아 개방과 개혁을 상호 보완하면서 미국을 넘어서려는 중국의 '강국 전략'이 제시됐다.

시진핑 주석과 함께 올해 7월 한국을 찾은 두권천 국제경제무역협력연구원 연구위원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지금까지 10년은 황금의 10년이었다”며 “중국의 개방·개혁의 실체는 개방으로 시작하지만 최종적 목표는 개혁을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무역흑자를 창출하면서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다자간 국제무역 체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너무 약하다”며 “국제무역의 규칙 추종자에서 규칙 제정자로 전환해 무역대국에서 무역강국으로 발전하는 것이 새로운 개방개혁체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과제는 노동자 권익 '균형 맞추기'=이날 세미나에서 밝힌 중국의 발전전략을 요약하자면 '법제화'와 '시장화'다. 중국 총공회측 토론자들은 "노동법규 체계는 비교적 완벽히 구축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노동문제와 관련해 시장화 운영 과정에서 효율을 중시한 결과 노사충돌이 심각하다는 현실을 토로했다. 시장화 과정에서 노동자 권익의 균형을 맞추고 전통적 노동관계를 국제노동기준과 연결하는 것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중앙정부에 넘겨진 핵심과업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성진 노사발전재단 기획위원은 기조발제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김 기획위원은 “유럽의 사업장협의회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현지 노조와 국내 노조가 당면한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협의체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 중국의 노동법은 최고기준이 아닌 최저기준"이라며 "지속가능한 노사관계를 위해서는 단체협약과 ILO 핵심협약,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유엔 글로벌 콤팩트, ISO 26000(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SR, 지역·소득 양극화 해결책=중국의 비약적 경제성장 이면에는 한국보다 심각한 지역 불균형과 소득 불평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한 극복대안으로 한중 양국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꼽았다.

김주익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조합이 기업과 사회의 불균형을 견제하고 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함으로써 더불어 잘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CSR의 모범답안”이라며 “노동자의 권리와 복지를 책임지고 신장시키는 일에 우선 착목하는 것이 노동조합이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한국의 CSR은 자선이나 기부활동에서 시작해 기업의 전략적 공유가치 창출로 변화하고 있다”며 “CSR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경영전략과 연계해 자연스럽게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반면 탕쾅 중국 인민대학 노동인사학원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사회적 자원 배분의 방법"이라고 못 박았다. 탕쾅 교수는 “기업과 사회가 충돌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CSR은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전략”이라며 “기업이 주주와 노동자, 세수와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담당할 때 사회적 자원 배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한중 교류에서 방중대표단 단장을 맡은 박인상 노사발전재단 대표이사장은 세미나의 시작과 마무리 발언을 통해 “중국은 이제 세계의 생산기지에서 거대한 시장으로 부상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변화와 발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필수전제”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한중 양국이 함께 발전한다는 생각으로 노사관계에 접근하고, 상생의 발전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 소통의 미덕을 발휘하자”고 당부했다.

중국측을 대표한 권쥔 중국총공회 서기처 서기는 “지금이야말로 규범화된 노동시장과 조화로운 노동관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옌타이에 진출한 한국기업 중 엘지전자·엘지디스플레이·대우조선해양·두산공정 관계자들이 참석해 CSR 사례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옌타이=부성현 기자
 


중국은 1국 1노총 1국 2사용자단체

중국의 노동자수는 농민공까지 포함하면 8억명에 이른다. 중화전국총공회에 가입한 조합원은 2억8천만명이다. 중국총공회는 31개 성 총공회와 170만개 이상의 단위노조인 기층공회로 구성돼 있다. 산별연맹체계인 우리나라와 달리 지역별 공회(노동조합) 연합체다.

중국 공산당과는 한 몸이다. 중국측 노동전문가에 따르면 중국총공회는 당과 노동자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중국에서 유일한 노동조합총연맹이다. 이에 반해 중국 사용자단체는 기업가연합회와 전국공업산업연합회로 양분돼 있다. 우리나라 사용자단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미미하다. 중국식 사회주의 경제발전 모델이 만들어 놓은 노사환경인 셈이다.

노동관계는 철저히 공산당이 주도한다. 탕쾅 중국 인민대학 노동인사학원 교수는 “노동관리는 사회관리의 중요한 요소”라며 “정부 주도력이 우리처럼 강력한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옌타이=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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