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가 퇴직 뒤 전관예우를 받거나 기업체 로비창구 역할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실시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가 박근혜 정부에서 있으나 마나 한 제도로 전락했다. 취업심사 통과율이 92%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1일 안전행정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 449건 중 411건(91.5%)이 취업 가능·승인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취업 제한·불허 판정은 8.5%인 38건에 그쳤다.

취업심사 신청이 가장 많은 곳은 방위사업청을 포함한 국방부였다. 109건을 신청해 96건(88.1%)을 승인받았다. 대부분 방위산업체에 취업했다.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을 포함한 청와대 출신 인사 43명은 재취업 승인율이 100%였다. 국가정보원 퇴직자도 신청자 10명 모두 법무법인이나 대기업에 취업했다. 경찰청(50건 중 49건)·국세청(24건 중 23건)·대검찰청(22건중 21건)·감사원(13건 중 12건) 같은 권력기관 출신 공무원들의 재취업 성공률도 높았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취업제한 대상 공직자는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에 2년간 취업할 수 없다. 그런데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를 통과하면 법 적용에서 제외된다. 취업심사가 퇴직 공무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는 셈이다. 관피아 척결을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민병두 의원은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는 업무 관련성에만 기준을 두고 있어 한계가 있다”며 “재직했던 기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도록 공직자윤리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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