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노조

연간 매출 7조원대로 국내 유통업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홈플러스가 최근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인상안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임금인상안은 부서에 따라 3단계로 구분했는데, 가장 낮은 단계 노동자의 시급은 내년도 법정 최저시급인 5천580원보다 90원 많다. 정부가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기업들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500원 인상 vs 회사 120~220원 인상=10일 홈플러스노조(위원장 김기완)에 따르면 지난 4월 시작된 임금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장기화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크게 4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시급 10.1%(평균 500원) 인상 △상여금 100% 인상(현행 기본급 대비 200%에서 300%로 인상) △감정노동수당 신설 △근속연수 8년 상한제 폐지 등이다. 고객을 상대하는 유통업계의 특성을 반영해 업계 최초로 감정노동수당 도입을 요구한 것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사실상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시급을 다소 인상하는 것 외에 다른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대외적으로 열악한 경영여건에 따라 매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노조나 직원들에게 좋은 소리를 못 들을 것이라 예상은 되지만, 노조의 요구안대로 임금을 올려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 홈플러스가 지난 6월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012년 대비 263억원 줄어드는 등 경영사정이 다소 악화된 상황이다.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침체가 소비자들의 마트 나들이 횟수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홈플러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여전히 4천억원대로 2011년에 비하면 2천억원가량 많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2년과 2011년 각각 4천896억원과 2천7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측이 최근 교섭에서 부서별 단계에 따라 각각 시급 120원·170원·220원 인상안을 내놓은 것이다. 현재 가장 낮은 단계의 시급(5천450원)을 적용받는 노동자가 회사가 내놓은 가장 높은 단계의 시급인상안(220원)을 적용받을 경우 5천670원을 받게 된다. 이는 내년도 법정 최저시급인 5천580원보다 90원 많은 액수다.

◇노조 "추석에 전면파업" 경고=홈플러스는 전국에 106개 하이퍼마켓과 492개의 익스프레스 매장을 보유하고, 별도법인인 홈플러스테스코의 지분 절반을 갖고 있는 유통 대기업이다. 또 대부분의 매장에 여성노동자를 고용한 여성 다수고용사업장이다. 흔히 마트라고 불리는 하이퍼마켓만 놓고 볼 때 전체 직원 2만여명 가운데 1만3천명 가량이 비정규직(무기계약직 포함)이다. 저임금 여성 비정규직으로 전국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조는 특히 이 대목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기완 위원장은 “10년 동안 일한 비정규 노동자의 월급이 100만원이 채 안 되는 반면, 등기이사 4명의 연봉은 무려 100억원에 달한다”며 “경영부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하는 것이 거대 유통업체의 맨얼굴”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회사가 노동자들의 절절한 요구를 무시하면 다가오는 추석을 맞이해 전면파업 등 강력한 투쟁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인건비를 줄여 경영부진을 타개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경영관행이 박근혜 정부 2기 내각 경제팀이 강조한 소득주도 성장계획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나라 전체 소득 중 노동자들의 몫인 노동소득분배율이 90년대 중반 67% 수준에서 2012년 기준 59.7%로 떨어지고, 가계저축률이 90년대 전후 20~25% 수준에서 2000년대 중반 이후 3%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경제를 활성화할 원동력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청소용역 노동자들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가장 열악한 노동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유통업종 여성 비정규직은 전체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인 140만원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다”며 “민간부문에서 괜찮은 일자리 창출을 선도해야 할 대기업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인상안을 내놓았다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팽개친 몰염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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