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순천공장의 사내하청업체 관리자가 비정규직노조 대의원을 매수해 노조활동 정보와 동향을 파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10일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에 따르면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와 현대제철 순천공장 협력업체 간 집단교섭 간사를 맡고 있는 S업체 소속의 박아무개씨는 지난 2월부터 지회 대의원인 전아무개씨에게 식사 대접을 시작으로 술과 노래방 등의 향응까지 제공했다. 이어 전씨에게 지회 회의자료와 동향보고를 요구했고, 전씨는 박씨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해 지회활동 정보를 알려 줬다.

박씨는 전씨를 통해 제공받은 정보를 실제 지회와의 집단교섭을 하는 과정에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최근 행동에 수상함을 느낀 지회 동료들은 지난달 말 전씨를 추궁한 끝에 박씨의 정보원으로 활동했다는 고백을 받아 냈다.

대의원인 전씨가 지회 지침과 다르게 노사협의를 하거나, 조합비 징수를 위한 임금총액 자료상 전씨가 갑자기 많은 급여를 받는 것으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지회 관계자는 “알고 보니 함께 노래방에 가거나 술을 먹은 뒤 부담을 느낀 전씨가 계산을 하면, 회사가 나중에 급여통장으로 비용을 입금시킨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전씨가 박씨와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 지회에 건네 준 음성파일에서도 전씨가 노조활동 정보를 박씨에게 건네 준 정황이 나와 있다.

파일에 따르면 박씨는 전씨에게 “자료는 준적 없다고 그래.”, “자료 준 걸 어떻게 알지?” 등의 말을 했다. 지회는 박씨를 부당노동행위 및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소·고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박씨는 “전씨가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대의원이기 때문에 식사를 하면서 현안에 대한 의견도 나누고 노조 자료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를 받았을 뿐이고 대가성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와 지회는 최근 임금·단체협상에서 통상임금 확대적용·노동시간단축·현대하이스코 공장 매각에 따른 일부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등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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