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임무 완수를 위해 단기간 해외에 파견됐고, 국내 사업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았다면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 문준섭 판사는 박아무개(52)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공장 집진기 설비 전문업체인 E사에서 일하는 박씨는 지난 2012년 5월 멕시코 티후아나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에 통풍로를 설치하기 위해 파견됐다.

그런데 박씨는 두 달 후 귀국을 앞둔 시점에 작업 중 떨어진 구조물에 오른쪽 발목이 깔려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박씨는 같은해 9월 공단에 산재 요양 신청을 했지만, 공단은 “별도의 산재보험 가입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에 박씨가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법원은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박씨와 같이 특정임무 완수를 위해 단기간 해외에 파견됐고, 현지가 아닌 국내 소속사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았을 경우 별도의 절차 없이도 산재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산재보험법 제122조(해외파견자에 대한 특례)는 "보험가입자가 대한민국 밖의 지역에서 하는 사업에 근로시키기 위해 파견하는 자(해외파견자)에 대해 공단에 보험 가입 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으면 대한민국 영역 안의 사업에 사용하는 근로자로 보아 이 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산재보상보험 관계가 성립한 근로자가 국외에 파견돼 근무하게 된 경우 근무실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국내 사업에 소속돼 사용자의 지휘에 따라 근무하는, 이른바 해외출장에 해당한다면 국내 사업주와의 관계에서 성립한 산재보상 보험관계가 유지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박씨가 국내 회사로부터 지시와 급여 등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일터가 외국에 있었을 뿐 국내 사업과 별개로 이뤄진 해외사업이었다고 볼 수 없다”며 “국내 사업주와 근로자 간 산재보험 관계가 유지되므로 요양 불승인 처분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