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노조
이마트에서 계산원으로 근무하는 김경숙(가명)씨는 매일 보안요원에게 가방을 보여 주고 퇴근한다. 김씨는 생리 기간 동안 생리대를 파우치에 넣어 가방에 보관한다. 20~30대 남성 보안요원에게 생리대를 보여 주는 것이 괜히 민망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생리대를 파우치 안에 넣는 걸 깜빡하고 가방을 열어 민망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생리하는 게 죄는 아니지만 아들뻘 되는 보안요원에게 들켜 수치심을 느꼈다”며 “기분이 나쁘지만 본사 지침이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3일 이마트노조(위원장 전수찬)에 따르면 이마트가 전 점포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가방검사와 사물함 검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가방·사물함 검사는 사생활과 인권 침해행위에 해당한다. 이마트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상품 도난과 샘플상품 전용을 방지하기 위해 직원의 가방·사물함 검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서 산 생리대도 ‘스티커’ 붙여야=이마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퇴근하기 전 보안요원에게 가방과 쇼핑백을 검사받는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상품인 경우 영수증을 보안요원에게 보여 줘야 한다. 이마트가 아닌 외부상품의 경우에도 스티커가 부착돼 있어야 한다. 직원들은 편의점 등 외부에서 구매한 상품을 가지고 출근할 경우 보안요원으로부터 스티커를 받아 붙였다.

가방 검사만이 아니다. 이마트는 5월18일부터 직원들의 사물함을 상시적으로 점검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이날 직원으로부터 입수한 사진에 따르면 이마트는 “5월18일부터 로커(locker) 불시 점검(상시)”, “점검사항-계산완료 스티커 미부착 상품,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부착(칫솔·볼펜 제외)”이라고 적힌 공고문을 게시판에 붙였다.

이마트는 비밀번호 자물쇠로 잠그던 사물함을 열쇠 방식의 사물함으로 교체했다. 이마트 부천 중동점이 지난달 22일 직원 500여명의 개인 사물함을 사전 예고 없이 점검할 수 있었던 것도 회사가 마스터키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생활 일일이 들여다보나”=비밀번호 자물쇠로 잠그던 사물함을 운영할 때 이마트는 사물함 점검을 위해 자물쇠를 잠그지 말고 퇴근할 것을 공지하기도 했다. 이마트 직원 이성희(가명)씨에 따르면 이마트는 스티커가 붙어 있지 않은 물품이 사물함에 들어 있을 경우 압수하기도 했다.

이마트의 한 점포는 압수 물품을 한곳에 모아 사진을 찍은 후 점포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스티커가 붙어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리대를 압수한 사례도 있었다.

이성희씨는 “집에서 가져온 물통과 손거울에도 스티커를 붙였다”며 “물건을 압수당하면 돌려받기도 어렵고, 오해받기 싫어 스티커를 붙였다”고 증언했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고급기술업체가 기술·기밀 유출을 위해 직원의 물품을 검사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마트와 같은 대형유통업체가 도난방지를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상시적으로 검사하는 행위는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가방과 사물함에는 개인 물품이 들어 있어 이를 검사하는 것은 사생활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직원들이 출퇴근할 때 이용하는 동선에는 (도난방지) 알람이 없어 예방 차원에서 (가방 검사를) 한 것이고, 사생활을 일일이 볼 정도로 자세하게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물함 검사에 대해 이마트는 “중동점에서 사물함을 검사한 사실이 알려진 후 화상회의를 열어 원칙준수와 재발방지를 주문했다”며 “중동점을 제외하고는 (사전에 공지를 하고 하지 임의로) 사물함 검사를 진행한 점포는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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