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특별법 제정을 위한 100리 도보행진 이틀째인 24일 오후 국회를 출발해 서울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도희야!”

장맛비가 쏟아지던 24일 오후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앳돼 보이는 여성은 앞서 가는 친구를 부르기 위해 연거푸 “도희야”라고 외쳤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김도언양의 어머니 이지성씨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씨는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갔다. 이번 참사로 딸을 잃은 이후 이씨는 또래 아이들의 목소리만 들어도 딸아이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는 “지나가다 교복 입은 모습을 보거나, 또래 아이들 목소리만 들어도 도언이가 생각난다”며 “방금 전에도 차마 쳐다볼 수 없어 가슴속으로 우리 딸을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와 유가족들은 지난 23일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 도착하는 ‘1박2일 100리 대행진’을 진행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해 유가족 300여명은 종아리와 어깨에 파스를 붙인 채 힘든 걸음을 내디뎠다.

◇세월호에 갇힌 유가족의 북받쳐 오르는 슬픔=유가족 300여명은 지난 16~17일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단원고 2학년 학생 42명이 도보행진을 했던 길을 걸었다. 시민들과 노동계 관계자는 그때와 같은 길목에서 유가족들을 향해 “힘내세요”, “끝까지 함께할게요”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유가족들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행진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께 국회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일부 유가족은 단원고 학생들의 영정사진이 인쇄된 플래카드를 붙잡고 눈물을 쏟았다. 단원고 2학년 고 정원석군의 어머니는 “내 새끼 사진이 보이질 않는다”며 플래카드에 있는 아들의 영정사진을 찾았다. 영정사진을 찾은 직후 정군의 어머니는 “내 새끼 어떡하냐”고 울음을 떠뜨렸다.

세월호 참사 100일이 지났지만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에 진척이 없는 탓에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일부 시민들은 보상금 얘기를 꺼내 유가족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행진대오가 서울 구로구 구로역 인근을 지날 때 한 시민이 “보상을 잘해 줘야지”라고 말했다. 한 유가족은 “자식이 죽은 이유를 제대로 알자고 하는 건데 (보상 얘기를 하니) 정말 답답하다”며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왜 한 명도 구하지 못했는지 특별법 통해 알아내겠다”=유가족들의 ‘100리 대행진’은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날 도보행진에는 정치인들도 눈에 띄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같은 당 문재인 의원,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참여했다. 소아마비로 인해 하반신 마비인 우창윤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행진에 동참했다. 우 의원은 “휠체어를 손으로 밀고 오느라 손에 물집이 잡혀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서울광장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참사 이후 세상이 바뀔 것처럼 난리가 났는데 정작 진상규명은 제대로 안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참사 때 국가기관은 제대로 대응했는지, 왜 한 명도 못 구했는지 유가족이 알기 위해서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족대책위를 비롯해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날 저녁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100일 시낭송 및 추모 음악회인 <네 눈물을 기억하라>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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