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한국지엠 사측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뉴스다. 한국지엠의 이날 제안은 "불필요한 논쟁 대신 통상임금 문제를 처리한 후 조속히 협상을 마무리하자"는 세르지오 호샤 사장의 결단으로 성사됐다고 한다. 언론마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자동차회사에 미칠 파장을 말하고 지엠의 한국자동차산업에 대한 신의 한수니 음모니 별별 추측들을 기사로 냈다. 사측이 뭔가 내준 양 그래서 뭔가 있을 거라고 보도하고 있다. 뭐가 있을까. 줄 수밖에 없는 걸 주겠다고 제안한 거 말고 뭐가 없다. 한국지엠 정기상여금은 대법원에서 최근에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니 사용자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비록 대법원이 신의칙 위반 운운했지만 그건 지난해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전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합의가 있는 경우의 과거의 것에 한해서 문제될 수 있는 것일 뿐이다. 앞으로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서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하고 이에 대해서는 사용자는 신의칙 위반을 주장할 수도 없으니 그 지급을 피할 수 없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한국지엠에서는 사용자는 당연히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금체불이다. 임금을 체불하면 사용자는 범죄자로 수사 받고 처벌받는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범죄자로 수사 받고 처벌받는다. 법원은 체불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다. 법대로 지급하지 않아 소송을 하게 되면 연 6%의 지연이자, 연 20%의 지연손해금, 소송비용부담까지 짊어져야 한다. 손익계산을 해 보면 결론은 뻔하다. 한국지엠에서 사측은 뻔한 제안을 한 것이다. 그 제안으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면 이제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자신의 결단으로 대한민국에서 범죄자로 처벌받는 걸 면하게 됐다.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임금체불을 했으니 사실 사용자가 할 일은 신의 한수를 궁리할 일도 음모할 일도 아니고 체불된 임금을 지급해야 할 일이다. 노조에 포함하겠다고 제안할 일도 아니고 당장 지급해야 할 일이다. 대법원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지 않은 사업장이라도 한국지엠과 다르지 않은 정기상여금의 지급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업장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 분명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그리고 후속 대법원 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했으면 사업장에선 그렇게 적용해서 법정수당 등 임금을 지급해야 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사용자는 법대로 하지 않았다.

2. 노조, 즉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이런 사측의 제안을 환영하면서 시행 시점을 다음 달이 아닌 올해 초로 당겨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직후인 올해 1월1일부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만약 사측이 그걸 수용한다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성을 둘러싼 노사 간의 다툼은 노사합의로 마무리되게 된다. 한국지엠의 사측 제안 사실을 전하며 현대차지부도 이번 주 열리는 교섭에서 최소한 한국지엠 수준의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한국지엠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그와 근무형태 및 급여지급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은 현대차·기아차 등 자동차 완성사뿐만 아니라 부품 협력업체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조선·철강 등 금속산업, 나아가 정기상여금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사업장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사실 이런 파장은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의 결단이 예고한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난해 12월18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선고하면서 예정된 것이었다. 비록 재직 중인 자에 한해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이, 15일 이상 근무한 자에 한해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해도 그렇지 않은 정기상여금은 이번 한국지엠에서처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이렇게 포함해서 지급하는 사업장과 교대제 등 근무형태 및 급여지급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은 사업장에서도 논란이 되더라도 사용자는 별 수 없이 포함해 지급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는 대한민국에서 사용자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줄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니 지금 당신의 사업장에서 노조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해서 교섭하고 있다면 특별한 무엇을 쟁취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당연히 포함시켜 줘야 할 것을 사용자에게 요구해서 단체협약을 체결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노사합의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고, 그것이 새로운 노동자권리를 쟁취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니 환영하고 마냥 기뻐할 일도 아니다.

3. 수도 없이 말했던 것처럼 통상임금은 근로시간의 문제이기도 하다. 연장·야간·휴일근로·미사용 연차근로의 대가 임금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된다. 따라서 당신이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않고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한다면, 즉 근로기준법이 정한대로 법정근로시간에만 일하고 법이 정한대로 휴일과 휴가에 쉰다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한 대법원 판결도, 사측의 제안도 당신이 환영할 일이 아니다. 추가로 지급받을 임금은 없다. 오늘 대한민국에서 통상임금이 문제되고 있는 것은 연장·야간·휴일근로와 미사용 연차근로가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겠다고 사측이 제안한 한국지엠도, 약 2만8천명이 집단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기아차도, 약 6만명의 전체 직원에 적용할 대표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차도 공장을 설립한 이후 수십년간 주야맞교대로 1일 11시간 가까이 노동자들은 일했다. 거기다 휴일특근을 상시적으로 했다. 최근에야(현대차·기아차의 경우 2013년, 한국지엠은 2014년) 주간연속 2교대제가 도입돼 현재는 8시간+9시간 근무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주간연속 2교대제라고 해봐야 여전히 상시적인 연장·야간근로와 휴일근로가 행해지는 근무형태다. 노조는 기존 임금을 보전 받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쟁취하기 위해서 기존 생산물량을 보장해 달라는 사측의 요구와 절충해서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높여줘야 했다. 장차 8시간+8시간의 근무형태를 도입하기 위해 노사협의가 진행될 예정인데 사측은 역시 시간당 생산대수를 높여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 나라 자동차 완성사에서 이렇게 주야맞교대의 근무형태는 기존 임금과 생산물량의 보전이 교환되는 방식으로 절충돼서 이른바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됐다. 그런데 노조가 요구해서 도입한 주간연속2교대제는 조합원의 임금권리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켰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게 되면서 사측이 보장해 주는 기존 임금은 현저히 적은 것이 되고 말았다. 예를 들어보자. 주야맞교대제에서 기본급과 제 수당으로 월 200만원, 정기상여금으로 월(할) 100만원, 법정수당으로 월 200만원을 지급받았던 노동자는 월 500만원을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된 지금 지급받는다. 그런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면 기존의 주야맞교대제에서 그가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은 법정수당이 월 100만원 추가 지급받았어야 하므로 월 600만원이다.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으로 그의 임금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월 100만원 삭감되고 만 것이다. 이런 사실을 통해서 보면 지금 기뻐할 자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한 사업장의 사용자다.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기존 생산물량에 대해 월 100만원 추가 지급해야 했던 것인데 그걸 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겠다고 사측이 제안했다고 노조는 기뻐할 일이 아니다.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으로 인해서 결과적으로 빼앗기게 된 조합원의 임금권리를 어떻게 되찾아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론은 단순할 수밖에 없다.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이전의 주야맞교대제 근무형태의 기존 임금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서 재산정하고서 그것을 주간연속 2교대제에서 보장하도록 사용자를 상대로 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근무형태는 1일 8시간, 1주 40시간이라는 법정근로시간이라도 실제 조합원의 근로시간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사측과 교대제 등에 관해서 교섭해야 한다. 지금 실시하고 있는 주간연속 2교대제는 사실 주야맞교대제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 2개조가 주간과 야간에 근무하는 근무형태로 주야맞교대제에서 근무시간만 단축한 것이다. 교대제 근무형태는 사용자가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높일 필요에서 고안해서 운영하는 것이다. 교대제라도 근로시간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법정근로시간, 단체협약의 소정근로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이 나라에서 교대제 운영사업장에서는 노조는 조합원에게 최소한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정근로시간이 준수될 수 있도록 사측에 요구해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조2교대제인 주간연속 2교대제로는 어렵다. 4조3교대제, 4조2교대제 등을 요구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때 야간근로를 하게 되는 근무조는 할증 가산되는 만큼 단축된 근로시간으로 일할 수 있도록 5~6시간 정도면 족할 것이다. 도입될 교대제가 무엇이든 기존 임금의 보전은 당연한 전제여야 한다. 노동자권리도 쟁취해야 할 것을 쟁취하지 못하면 그 이상의 권리로 나아갈 수가 없다. 노동자권리를 쟁취한 것인 양 표현해도 결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하는 2014년 대한민국에서는 노동자에게 임금의 권리뿐만 아니라 근로시간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요구하고 투쟁하는 것이 노동조합이 할 일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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