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떼 같은 아이를 잃은 어버이들의 통곡소리가 국회를 감싸고 있다.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피울음이다. 세월호 생존자 학생 43명은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국회의사당까지 1박2일 도보행진을 벌이며 유가족과 함께 했다. 350만명의 국민들도 특별법 처리를 염원했다. 그런데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새누리당이 유가족이 마련한 특별법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의 합의는 무산됐고, 7월 임시국회를 열어야 할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일에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뭘까.

세월호 유가족들은 대한변호사협회의 협조를 얻어 ‘4·16 특별법안’을 마련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이 최대 쟁점이다. 유가족은 진상조사특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자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불가’ 입장이다. 두 가지 모두 협상의제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진상조사특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경우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전례도 없다”며 유가족 제안에 반대했다.

이완구 원내대표의 논리는 그럴듯해 보인다. 헌법에 삼권분립을 명시한 나라에서 검찰 이외의 기구에 수사와 기소권을 부여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예외로 특별검사제도가 있지만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한 경험은 없다.

세월호 참사 석 달이 지나고 있지만 침몰 원인과 구조 실패에 대한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소유주 유병언 일가의 행방도 묘연하다. 세월호 법정과 검찰의 수사도 표류하고 있다. 세월호 선원, 청해진해운 임원들이 침몰 원인을 두고 네 탓 공방을 하고 있는 탓이다. 구조 실패의 책임을 따질 국회의 국정조사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기관보고는 부실했으며, 관련 부처의 당사자들은 형식적으로 조사에 임하고 있다. 진상조사특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제안은 이런 상황을 극복해보려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것이다.

대한변협은 지난 16일 성명에서 “성역 없는 수사를 위해 진상조사특위에 강력한 수사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사권한만 인정하는 새누리당의 입장은 진상조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진상조사특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되지 않으면 진실의 문을 열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는 새누리당의 주장도 근거가 별로 없다. 특별법에 따르면 진상조사특위는 세월호 참사를 수사하되 범죄혐의가 있으면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단, 수사와 기소는 형사소송법의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 법원이 사법권을 갖는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을 전혀 훼손하지 않는다. 사법체계의 근간도 흔들지 않는다. 초법적 발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되레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밝히는 데 효율적이다. 진상조사특위의 위원 중 1인에게 특별검사의 지위를 주고, 이 위원에게 수사·기소권을 부여하자는 게 유가족의 제안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유가족의 제안은 낯선 것이 아니다. 특별검사를 지명하느니 진상조사특위 위원 중 1인에게 같은 지위와 역할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진상조사위 구성도 대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국회와 정부 추천 인사를 다수로 하되 유가족 추천 인사는 소수로 국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유가족은 들러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조사 내용도 신뢰성을 얻을 수 없다. 때문에 진상조사특위에는 국회와 유가족이 추천하는 전문가 및 피해 당사자들이 대등하게 참여해야 한다. 충분한 활동기간도 보장하되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비극이 재발되지 않는다.

“저희는 특례와 보상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억울하게 죽은 친구들의 한을 풀고자 진상규명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어떠한 이유로 배가 기울어졌고, 왜 즉시 구조하지 않았으며, 왜 유병언을 바로잡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친구들의 한을 풀어 주세요. 기억해주세요. 2014년 4월16일, 잊지 말아 주세요.”

새누리당은 1박2일 도보행진을 벌인 안산 단원고 생존자 학생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심신이 지쳐 있는 유가족들이 단식과 밤샘농성으로 건강을 잃을까 우려된다. 특별법 처리는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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