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물 해썹(HACCP) 지정을 담당하는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원장 조규담)이 노조 가입범위를 문제 삼아 직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이에 불응한 팀장급 직원 6명을 무더기로 대기발령시켰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17일 공공운수노조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지부(지부장 하승렬)에 따르면 인증원은 이달 1일자로 노조탈퇴 불이행을 이유로 정은실 수석부지부장(홍보전략팀장)을 비롯한 4~5급 직원 6명에 대해 자택대기발령 조치를 취했다. 지부는 "노조 탈퇴를 종용하거나 노조 가입 및 조합활동을 방해하는 등 단결권을 침해하는 건 부당노동행위"라고 반발했다.

◇인증원 "팀장급은 사용자 이익 대표"=인증원이 직원들의 노조 가입범위를 문제 삼기 시작한 건 올해 3월1일 지부가 설립된 직후부터다. 인증원은 같은달 19일 공공운수노조 앞으로 공문을 보내 △각 팀장 △기획예산팀 소속 기획예산·전산업무 전담자 △성과평가팀 소속 성과평가업무 전담자 △홍보전략팀 소속 기관홍보업무 전담자 등을 노조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노조법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라는 이유였다.

지난달 26일에는 '팀장 보직자에 대한 노조 탈퇴 요청' 공문을 보내 "우선적으로 본원 팀장 보직자들이 30일까지 노조에서 탈퇴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결국 노조 탈퇴에 응하지 않자 자택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지부 관계자는 "한 임원은 대기발령 직전 (대기발령) 대상자들을 불러 놓고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어리석은 판단을 하지 말라'고 압박했다"고 전했다.

◇대법원 "노조 가입범위 일률적 결정 안 돼"=지부 운영규정에 따르면 인증원에 근무하는 4급 이하 직원은 누구나 조합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애초 3급 이상 팀장을 노조 가입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반면 인증원은 "팀장 직위에 있거나 해당 업무를 취급하는 모든 직원들은 사용자 이익을 대표하기 때문에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직책이나 직급 등에 의해 조합원 가입범위 및 사용자 이익대표자를 일률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8두13873)고 판시한 바 있다. 사용자에 의한 불필요한 조합원 가입 제한을 금지했다는 얘기다.

정은실 수석부지부장은 "노조법상 조합원 자격은 노조의 자주적 결정에 의해 정해질 사안"이라며 "백번 양보해 조합원 자격·가입범위를 사법적 판단에 맡겨 그 결과에 조건 없이 따르기로 하고 단결권침해금지 가처분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대기발령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지난달 27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 단결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22일 가처분 심문을 앞두고 있다.

◇해썹 심사직 팀장들 무더기 대기발령에 식약처 '난감'=인증원 내부 노사갈등에 감독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인증원은 식약처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축산물 농장에 찾아가 해썹 심사·인증을 해 줘야 할 심사직 팀장들(대기발령 6명 중 5명)이 모두 대기발령되자 '현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축산농가의 원성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농장들의 해썹 인증이 지연될 경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조규담 원장을 비롯해 임원진들을 불러 빨리 문제를 해결하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증원 내부 인사문제에 대해 식약처가 간섭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인증원측도 대기발령에 대해서는 명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인증원측은 "인증원의 입장을 밝힐 홍보팀장이 대기발령 중이라 취재협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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