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북대구행복센터에서 일하는 40대 초반의 서아무개씨. 그는 지난 5월 몸살과 두통을 호소하면서 병원에 갔다 온 아내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서씨가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수가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병원으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다. 불과 사흘 전 서씨 자신이 병원에 갔을 때만 해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기에 아내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확인한 결과 회사에서 서씨를 포함해 직원 7명의 4대 보험을 해지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 황당한 것은 회사가 고용노동부에 자신이 스스로 퇴사한 것으로 신고했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은 멀쩡하게 회사에 잘 다니고 있는데 말이다.

올해 3월 업계 순위를 다투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뒤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익히 알려졌듯이 두 기업의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용형태는 복잡하다. 협력업체 근로자로 일하면서도 계약은 도급계약인 경우가 많다. 형식은 도급계약이면서 4대 보험에 가입한 사례도 있다.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4대 보험을 들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한 명의 노동자가 받는 급여명세서조차 근로자용과 사업자용으로 나눠진 사례가 허다하다. 협력업체 사용자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편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조가 생긴 뒤 사용자들이 ‘교통정리’에 나서고 있다. 혹시라도 사용자성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의 한 협력업체는 노동자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계약내용(실질-도급계약)과 계약서(형식-근로계약) 간의 불일치 실태를 해소해 명확한 계약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4대 보험 해지를 통보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리자는 “(사용자 책임과 관련해) 노동조합에서 뒤통수를 칠 우려가 있어 (4대 보험을) 뺀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현상은 원청의 정책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두 기업 모두 협력업체 기사를 모집할 때 4대 보험 가입자들을 기준으로 내세웠다. 협력업체의 무분별한 재하도급을 막고, 기사를 교육할 때 고용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였다. 한데 노조가 생기자 이런 기준을 모두 없애 버렸다. 두 기업 원·하청 사용자들의 행태가 해도 해도 너무하다.

마침 희망연대노조가 문제가 되고 있는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고 한다. 최근 노동부는 두 기업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근로기준법 위반과 관련해 근로감독을 진행했다. 노동부 내부에서는 “개별도급계약을 맺은 기사들이어서 근로감독을 하는 게 맞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가 형식논리에 빠져 피해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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