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

경찰이 지난 9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종결된 사건을 대상으로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경찰이 문제 삼고 있는 민주노총의 통일교육 책자 ‘노동자, 통일을 부탁해’에 대한 법적 논란은 이미 끝난 상황이다. 책자는 2012년 5월부터 배포되기 시작했고, 한 달 뒤 조선일보가 1면 보도를 통해 내용을 문제 삼으면서 사회적 논란이 됐다. 같은해 8월15일 민주노총이 8·15 전국노동자대회 부대행사인 ‘통일 골든벨’ 행사에서 해당 책자 내용을 바탕으로 퀴즈를 내면서 다시 한 번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일부 보수단체들이 김영훈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을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내용이 국내외 언론·전문가의 보도나 주장, 관련 연구보고서를 인용한 탓에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대신 통일 골든벨 행사에서 사회를 맡았던 전교조 조합원 백아무개씨가 당시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했다. 백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닌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그런데 2년이 지나 경찰이 느닷없이 해당 책자의 내용이 북한이 주장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수사에 나선 것이다. 9일 경찰이 민주노총 엄아무개 통일국장과 황아무개 전 통일위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제시한 영장에 따르면 책자를 만든 민주노총 통일위원회의 이적성 여부, 책자를 제작하는 데 쓰인 자금출처를 집중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엄 국장은 “책자 제작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권당 1만원에 판매했고, 이를 위해 인터넷에 원본파일도 올리지 않았다”며 “경찰이 자금출처 운운하는 것은 억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경찰의 수사가 책자에 대한 문제보다는 다른 혐의를 찾아 공안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6·15 남북공동선언 남측준비위원회는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안당국이 단지 책자 한 권으로는 혐의를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또 다른 꼬투리를 잡아서 없는 문제를 만들려 한다”며 “기획된 공안사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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