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람 기자

지난달 30일 건설산업연맹(위원장 이용대)과 고용노동부가 교섭 테이블 앞에 마주 앉았다. 연맹이 산하 건설노조·플랜트건설노조·건설기업노조의 첫 공동파업을 앞두고 투쟁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개최한 결의대회 바로 전날이었다.

연맹은 노동부에 이달 22일로 예고한 파업과 관련해 요구안을 전달했다. 핵심 요구는 “죽지 않고 일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산재 사망에 대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이다.

연맹에 따르면 매년 700명 이상의 건설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일하다 죽는다. 노동부가 발표한 산재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산재사망자의 절반 가까이(47.6%)가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건설업의 사고성 재해율은 2008년 0.64%에서 지난해 0.89%로 높아졌다. 전체 산업 중 사고성 재해율이 증가한 곳은 건설업이 유일하다.

더군다나 법적으로 ‘사장님’으로 분류되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일하다 죽어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렇게 발생하는 사망자가 매년 130명이 넘는다. 그야말로 소리 없는 죽음이다.

그런데 연맹의 요구에 노동부가 내놓은 답변은 귀를 의심케 한다. 당시 교섭에 참석했던 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노동부는 '기업 이익' 등을 거론하며 산재사고에 대한 원청의 책임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물론 연맹이 노동부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표현을 과장했거나 확대 해석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발언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다. 노동부는 이미 그들이 대변해야 할 노동자 대신 기업의 편에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왔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문제가 대표적이다.

국회 역시 건설노동자들의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산재사망 처벌 및 원청 책임 강화’ 법안은 국회에서 수년째 잠자고 있다. 연맹은 앞서 언급한 결의대회 현장에서 4천여명의 조합원들에게 빨간 손수건을 나눠 줬다. 손수건에는 큰 글씨로 ‘바꿔야 산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힘차게 팔뚝질을 하는 주먹이 ‘산다’는 단어를 떠받쳤다.

연맹 간부의 비유는 뼈아프다. “건설현장에서는 매년 세 척의 세월호가 침몰한다.”

정부는 "살려 달라"고 외치는 건설노동자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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