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고 염호석 노동열사 전국민주노동자장을 진행했다. 윤성희 기자
송경동 시인의 추모시처럼, 그에게 해가 뜨는 정동진은 “만인이 만인의 적이 되지 않는 곳, 만인이 만인의 행복이 되는 곳, 누구도 누구의 위에 군림하지 않는 곳, 누구도 누구를 차별하지 않는 곳”이었을 테다.

“우리 지회가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이 싸움 꼭 승리하리라 생각해서” 자신의 유골을 정동진에 뿌려 달라고 했던 고 염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 그가 마침내 정동진으로 향했다.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염호석 노동열사 전국민주노동자장’이 엄수됐다. 지난 5월17일 정동진에서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지 45일 만이다. 그사이 동료들은 삼성전자서비스측과 첫 단체협약을 체결해 고인의 염원을 들어줬다.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시신을) 안치해 이곳(정동진)에 뿌려 달라”던 아들의 유언을 뒤로한 채, 경찰력의 도움을 받아 강제로 시신을 장례식장에서 빼 가고 기습적으로 화장했던 고인의 부친은 “유골을 정동진에 뿌렸다”고 지회 동료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때문에 발인식과 영결식에 안치된 유리병에는 전날 정동진 바닷가에서 담아 온 모래가, 유골함에는 평소 고인이 착용했던 의복이 담겼다.

뺨조차 어루만지지 못하고 아들을 떠나보낸 고인ㅎ의 친모 김정순(65)씨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다 가까스로 짧은 유족인사를 남겼다.

“그리운 아들 이름 세 글자를 영원히 가슴에 묻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 아들의 시신을 안아 보고 싶었지만, 국민의 세금을 받는 경찰들이 막았습니다. 억울하고 분통합니다. 석이가 가는 길, 훨훨 날아가게 해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장례위원들은 조사를 하면서 “이제 시작”이라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열사를 가슴에 묻는다는 것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쟁을 한다는 의미”라며 “이 땅의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떠오르는 태양이 돼 달라”고 호소했다.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삼성재벌은 열사가 목숨 바쳐 지킨 노조를 호시탐탐 엿볼 것이기 때문에 금속노조에게 진정한 승리는 아직 멀었다”며 “삼성전자서비스의 모든 노동자를 금속노조로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곽형수 지회장 직무대행은 “승리하라고, 흔들리지 말라고, 흩어지지 말라는 호석이의 명령 때문에 (임단협을 체결한) 오늘이 있는 것”이라며 “이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장례행렬은 고인의 한이 맺힌 삼성전자 본관을 한 바퀴 돌았다. 고인의 영정과 유골함, 정동진 모래로 가득찬 유리병, 염 분회장이 즐겨 신던 신발이 맨 앞에 섰다.

장례식 참가자들은 이어 정동진으로 갔다. 그곳에서 노제를 지내고 제문 600여장을 불태웠다. 고인의 유골이 뿌려진 것으로 보이는 정동진 바닷물을 유리병에 한가득 담았다.

장례위원회는 1일 오전 삼성전자서비스 경남 양산센터 앞에서 다시 노제를 지낸다. 그런 다음 양산시 솥발산 열사묘역에 유골함과 정동진의 모래·바닷물을 안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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