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좀빼 사진가

경찰들이 새까맣게 산속 움막을 둘러쌌다. 큰 커터를 들고 움막을 찢자 그 틈으로 윗옷을 벗고 쇠사슬로 목을 움막 기둥에 묶은 할머니들과 수녀들의 겁에 질린 얼굴이 드러났다. 비명에도 아랑곳없이 경찰이 할머니의 머리를 눌러 젖혔고 다른 경찰이 할머니의 목에 바로 절단기를 들이대 쇠사슬을 잘랐다. 주민들은 사지를 들려 순식간에 끌려 나갔고 움막은 순식간에 부서졌다. 그 후 경찰들은 현장 근처에서 손으로 브이(V)자를 만들고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 11일 경찰력 2천여명이 투입돼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공사현장의 주민 농성장을 철거한 행정대집행 당시 영상이다.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정임출씨 등 밀양 주민들은 영상을 보며 손으로 입가를 막았다. 그래도 오열이 새어 나왔다.

쇠줄 감고 저항하는 할머니·수녀들 끌려 나와

그날 행정대집행으로 주민들의 농성장은 철거됐고 그 자리에 한전의 송전탑 공사가 재개됐다. 그러나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원전 사고는 연이어 터지고 있으며 원전 정책 자체에 대한 회의적 여론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밀양 주민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피해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높다.

밀양인권침해감시단·밀양법률지원단·장하나·정청래·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폭력과 야만의 밀양을 증언한다 - 6월11일 밀양 행정대집행 상황에 대한 긴급 증언대회’를 열었다. 밀양 주민들이 직접 나와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인권·법률단체가 행정대집행 과정의 위법성과 인권침해를 지적했다.

"경찰이 전날부터 길을 막고 연대하러 오는 분들을 다 막았어요. 우리는 움막 밑 구덩이에 들어가 여섯명이 쇠줄을 목에 감고 허리에 감았죠. 우리 생존권을 지키자고 옷도 벗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우리 머리 위로 칼을 이렇게 들고 천장을 찢는데…. 지금도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밀양 주민 한옥순씨의 증언이다. 그는 "제 생각에는 국가가 우리를 죽이려고 미리 명령을 내린 것 아닌가 싶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영자씨는 움막에서 끌려 나온 뒤 자신을 보며 웃던 경찰과 산 아래 과수원을 밀고 올라오던 한전의 포클레인에 숨이 막혔다고 했다. “포클레인이 감나무·매실나무 다 부수고 올라왔어요. 그건 우리 생명줄입니다. 그게 이런 식으로 짓밟히는 게 너무 비참했어요.”

“죽고 싶었지만 살아야 할 의무감 생겼다”

그러나 주민들은 “죽고 싶었지만 살아야 할 의무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송영숙씨는 “철탑이 다 들어서면 분명히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며 “우리가 또 다른 피해자의 힘이 돼 주면서 반드시 증언대에 서서 진실을 말할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그날 현장이 꿈에 나오고 농성장에 가려고 산기슭을 올라가는 꿈도 꾸지만 최선을 다해 싸웠기에 후회는 안 하고요. 수많은 분들이 연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기선 밀양인권침해감시단 활동가는 “당시 행정대집행은 반인권적이고 위법한 비정상적 진압작전이었다”며 “경찰력을 앞세운 국가의 인권침해와 폭력은 반드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하나 의원도 “경찰의 책임과 더불어 긴급하지 않은 송전탑 공사를 강행한 한전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책임을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 등 법률단체로 구성된 밀양법률지원단은 당시 주민에 대한 강제퇴거조치의 위법성, 주민들에 대한 통행 제한과 고착, 변호사의 접견권과 교통권 침해, 행정대집행으로 인한 주민들의 재산권 손실에 대한 국가배상과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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