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렴, 카를리토스. 천사가 너와 함께 있을 거야.”

멕시코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해 살고 있는 소년 카를리토스. 소년의 엄마가 이불을 덮어 주며 인사를 건넨다. 모두 자야 할 밤에 엄마는 일하러 나간다.

소년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엄마와 병든 할머니와 살고 있다. 엄마는 가족을 위해 시내에 빽빽이 들어찬 고층빌딩을 청소하는 노동자다. 엄마는 아침에야 일을 마치고 귀가한다.

“카를리토스. 엄마가 너와 할머니를 제대로 돌볼 수가 없구나.” 엄마는 어느 날 소년을 무릎에 앉히고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아주 힘들게 살아갈 만큼밖에 돈을 벌지 못하는 세상은 불공평해. 그래서 일을 멈추기로 했단다. 월급을 올려 줄 때까지 청소를 하지 않을 거란다.”

마침내 파업이 시작됐다. 소년은 엄마를 돕고 싶었다. 학교에 가 보니 엄마만 파업을 하는 게 아니었다. 니카라과·엘살바도르 등에서 온 친구들의 엄마 아빠도 조합원이었다. 어떻게 엄마를 도울 수 있을까 고심하다가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소년과 친구들은 청소노동자 행진에서 들 피켓을 만들었다. 알록달록 색칠하며 예쁘게 꾸몄다. 엄마는 투쟁 현장에 나온 소년과 친구들을 보고 기뻐했다. 조합원들은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쓰레기통을 두드리며 행진했다. 마치 축제 같았다. 많은 시민들이 응원했다.

3주간의 파업이 막을 내렸다. 마침내 승리했다. “카를리토스, 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엄마는 해내지 못했을 거야.” 그리고, 모두가 함께 외쳤다. “그래, 우린 할 수 있어!”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다룬 그림책이 나왔다. 다이애나 콘이 쓰고 프란시스코 델가도가 그린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사진, 고래이야기·1만2천원).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은 엄마의 파업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미국의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충분하다. 아니, 우리와 너무나 닮아 있다. 2011년 새해 벽두에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학교가 용역계약을 끝내면서 170명의 청소노동자 전원이 해고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49일간 파업을 벌였고 마침내 승리했다. 이들의 요구는 많지도 높지도 않았다. 최저임금 보장과 식비 현실화, 휴식시간 및 장소 보장. 당시 시민사회에서 연대의 손길이 이어졌고 승리에 힘을 보탰다.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는 평범한 노동자와 시민이 힘을 합쳐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그림책 형태로 엮고 있다. 강렬한 색채와 선이 굵은 그림이 글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도서다. 아이의 시각에서 파업의 이유와 과정을 설명하고 노조 결성과 파업·시위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임을 역설한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노동을 통해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한다. 노동자인 엄마 아빠가 아이들을 앉혀 놓고 그림책을 읽어 주면서 자신의 이야기도 해 주면 어떨까. 따뜻한 풍경일 것 같다.

한편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는 책의 모델이 된 돌로레스 산체스 국제서비스노조 활동가의 인터뷰를 싣고 있다. 그는 청소노동자로 2000년 4월 ‘로스앤젤레스 청소노동자를 위한 정의 운동’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다. 당시 파업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엮어 낸 것이다. 이 책은 2002년 제인 애덤스 평화상을 수상했고, 같은해 버몬트센터 ‘다문화를 위한 열 권의 책’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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