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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의료 민영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22] 보건의료운동의 양 날개, 의료 영리화 저지와 보장성 확대

지난해 연말 철도 민영화 논란에 이어 최근 의료 민영화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철도 민영화는 아니라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의료 민영화 반대 100만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영리추구 위주의 의료 민영화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6월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매일노동뉴스>와 보건의료노조는 공동기획으로 '의료 민영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연속기고를 마련했다.<편집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박근혜 정부가 영리자회사 설립·부대사업 확대 등 의료 영리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의료산업 활성화가 명분인데 의료산업 수입원이 환자 호주머니이므로 결국 환자부담 증가 정책에 다름 아니다. 현행 의료법을 거치지 않고 행정부 독단으로 추진하는 비민주성도 문제지만 이미 국민 다수가 의료 영리화를 우려하고 있어 정부가 강행할 경우 후폭풍이 클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대한민국에서 의료 영리화와 의료 공공성 간 벌이는 대항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보건의료운동은 의료 영리화를 저지하는 방어전선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공격전선으로 구성된다. 지난 10여년을 되돌아보면 의료 영리화 물결이 거셌다.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허용·실손형 민간의료보험 확대·의료산업 활성화 등 보건의료운동이 막아야 할 과제가 막중하다. 국회 입법 과정을 피하기 위해 영리자회사라는 꼼수까지 동원하고 있어 상황이 만만치 않다.

민간의료보험도 상당한 영역까지 들어와 있다. 과거에는 암보험처럼 질환별 정액보험만 있었으나 국민건강보험이 해결하지 못하는 본인부담금을 채워 주는 실손형 보험이 등장하면서 국민건강보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텔레비전을 켜거나 인터넷을 열면 이곳저곳 민간의료보험 광고가 눈을 사로잡는다. 최근에는 저금리와 자산운용의 어려움을 피해 보고자 민간보험사들이 더욱 보장성 상품에 주력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보장성 보험료 비중이 2012년 36%에서 2013년 44%로 늘어났고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가로막는다. 2009년 65%였던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은 2012년 62.5%로 낮아졌다. 2010년 보편복지 바람이 불면서 무상의료가 국민적 소망으로 자리 잡고 △건강보험하나로 △100만원 상한제 △4대 중증질환 100% 국가책임 등 여러 구호가 등장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3대 비급여를 중심으로 보장성을 늘리는 로드맵을 내놓았으나 그 효과 역시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보건의료운동의 입장에서는 2000년 의료보험 통합으로 의료 공공성 확대를 위한 기초공사가 이뤄졌으나 이후 보장성 확대에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의료 영리화 과제가 워낙 무겁긴 하지만 보장성 전선에 충분한 관심과 자원이 조직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의료 영리화 저지가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운동이라면 당연히 보장성 강화 활동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얼마 전 내년 의료수가가 평균 2.2% 인상됐다. 오히려 수가를 다소 낮춰야 적정수가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음에도 또 올라 유감이다. 국민의 부담 입장에서 보면 더 화급한 것이 진료량 통제다. 행위별 수가제도에서 의료공급자는 자신의 목표에 이르지 못한 수가를 진료량 확대로 채울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수가제도가 바뀌어야겠지만, 그 이전에라도 보장성 확대가 진료량 통제에 미치는 효과를 중시해야 한다. 현재의 국민건강보험 진료비 구조에서 보장성 확대는 상당한 영역에 방치된 비급여의 급여화를 의미한다. 비급여 진료는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제 밖에서 의료공급자와 환자 사이에서 바로 거래된다. 아무런 공적 견제장치 없이 진료비 총액을 부풀리는 경로가 돼 왔다. 그러기에 보장성 확대, 즉 비급여의 급여화는 진료량을 통제권 안으로 끌어오고 그만큼 상업적 의료형태를 제어할 수 있다.

비급여의 급여화는 공공의료기관의 역할도 증진시킨다. 현재 의료수가의 수준을 보면 급여진료는 원가의 75%, 비급여 진료는 190% 정도다. 민간병원들이 비급여 진료에 집중하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공공병원은 이윤을 절대시하지 않고 여기서 일하는 의사들도 진료 윤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급여 진료에 무게를 둔다. 이는 병원 경영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의료 공공성을 중시한 당연한 결과이건만 상을 주기는커녕 ‘병원 폐쇄’가 단행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어떻게 보장성을 확대할까.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다. 필자는 국민건강보험료를 올려서라도 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을 지지한다. 보험료는 가입자 몫 외에 사용자 부담금·정부지원금이 합쳐지기에 사회연대적 성격을 지닌 재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보험료 부과체계가 지닌 형평성 문제가 주요 걸림돌이었는데 최근 소득 중심 부과체계 개편 논의도 시작되고 있어 전향적이다. 당장은 국민건강보험 적립금이 8조원에 달해 보험료 인상 논의가 탄력을 받기 어려운 면도 있으나, 일시금 성격의 적립금에 의존하기보다는 구조적인 재원 확충방안으로서 보험료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물론 다른 대안도 있다. 정부 지원금을 늘리고 사용자 몫을 확대할 수도 있다. 이 방안을 선호하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이라도 본격화되기를 바란다. 본인부담금에 허리가 휘는 가입자·시민사회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정부와 사용자가 국고지원금이나 보험료를 올리자고 제안할 리 없기 때문이다. 의료 영리화 저지와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보건의료운동의 양 날개가 균형을 갖추고 활짝 펴기를 기대한다.

오건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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