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주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염호석 양산분회장이 자결했고 강릉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은 충격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지난달 18일 저녁 무렵이었다. 갑자기 걸려 온 전화기 너머 들리는 소리는 전쟁터 같았다. 전화를 건 동지는 울먹이고 있었다. 도와 달라고, 빨리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으로 와 달라고 말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조문객들의 몇 배는 돼 보이는 경찰력이 조문객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이미 여러 명이 연행된 상황이었다. 연행된 사람 중에는 지회 수석부지회장도 있었다. 부랴부랴 연행돼 간 경찰서를 확인하고 세 명의 변호사가 경찰서로 출발해 접견을 마쳤다. 다음날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고 총파업을 결의하는 서울 서초구 삼성본관 앞 집회에서 또다시 연행됐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 저녁시간 급하게 경찰서 접견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지회장이 포함돼 있었다.

연행된 사람들 대부분은 특별히 폭력행위를 한 사실이 없고, 전과도 없었다. 때문에 설마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는 않겠지 기대했다. 그러나 5월18일 연행자 중 3명, 같은달 19일 연행자 중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리고 영장 실질심사 결과 지회장·수석부지회장·영등포분회장이 구속됐다. 영등포분회장은 이달 6일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됐지만 지회장·수석부지회장은 아직 서울구치소에 감금돼 있다.

이틀 사이에 세 명의 동지를 유치장에 두고 온 마음이 낭떠러지 같았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구속영장 발부에 경찰·검찰·법원에 대한 분노가 머리끝까지 솟았다. 그런 마음으로 만난 지회장·수석부지회장·영등포분회장이 “힘내고 잘해야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됐다.

수석부지회장이 구속되고 무거운 마음으로 강남경찰서로 접견을 갔다. 수석부지회장은 자신은 괜찮다고 하면서 아내를 걱정했다. 그리고는 밖에 비가 와서 노숙농성을 하는 조합원 동지들이 걱정된다고, 살면서 노조활동을 했던 지난 몇 개월이 가장 행복했다고, 가장 정정당당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정직하고 진솔한 말이 마음을 쿵 하고 울렸다.

정정당당하게, 떳떳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노조활동을 시작한 수석부지회장은 구속적부심에서도 재판부를 향해 “제발 풀어 달라”고 사정하지 않았다. “사법부가 올바른 판단을 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 바란다”고 떳떳이 말했다. 최근 접견에서 만난 수석부지회장은 여전히 당당해 보였고, 조합원 동지들을 궁금해하고 염려하고 있었다.

수석부지회장이 구속된 다음날 지회장과 영등포분회장이 구속됐다. 구로경찰서로 두 사람을 접견하러 갔을 때 지회장은 담담한 목소리로 “그럴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영등포분회장은 20개월 된 딸아이를 보자 눈시울을 붉혔다. 분회장은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된 후 지회 총파업 투쟁 승리를 위해 뛰어다니며 굳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얼마 전에 만난 지회장은 구치소에서 겪은 일을 얘기했다. 기자와 접견한 지회장을 교도관이 따로 부르더니 “기자와 접견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의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에 지회장은 “그렇게 해서 구치소 내 부당한 점이 개선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렇게 경찰이, 검찰이, 또 배후에 있을 수 있는 거대 자본이 구속을 통해 가두고 꺾으려 했던 노조 조합원으로서의 자긍심·동지애와 부당함에 대한 저항·투쟁의지는 가둬지지도 꺾이지도 않았다.

그들을 보면서, 다시 노예 같은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고 노숙농성을 하는 조합원들을 보면서, 노조는 ‘당당함’이고 ‘자유’라는 걸 깨닫는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민주노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승리해야 한다. 이제 헌법을 무시하는 낡은 무노조 경영철학은 쓰레기통으로 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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