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노조 대표자들이 18일 오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정치적 의도에 따라 밀실에서 이루어졌다면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이 2012년보다 전반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은 기관은 2012년과 마찬가지로 한 곳도 없었다. 우수등급인 A등급 기관은 16곳에서 2곳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하위등급인 D등급은 9곳에서 19곳으로, E등급은 7곳에서 11곳로 늘었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정오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201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심의·의결했다.

◇하위등급기관 두 배 증가=경영평가 대상 기관은 공기업 30곳과 준정부기관 87곳 등 117곳이다. S등급부터 E등급까지 나눠 C등급 이상만 성과급을 준다.

2012년 A등급을 받았던 예금보험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남동발전·남부발전 등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들은 C등급으로 떨어졌다. 한국거래소는 D등급에서 E등급으로 한 단계 하락했다. 한국마사회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B등급에서 C등급으로 한 계단 떨어졌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최하 E등급을 받았다.

E등급을 받거나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14개 기관 기관장은 원칙적으로 해임건의 대상이지만 이 중 12개 기관의 기관장들은 임명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 제외됐다. 이에 따라 울산항만공사(E등급) 박종록 사장과 산업기술시험원(2년 연속 D등급) 남궁민 원장이 해임건의 대상에 올랐다.

기재부는 공공기관들의 성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시행 전에 수행한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오석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지난해 12월 의결됐기 때문에 오늘 의결하는 지난해 경영실적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시행 전에 수행한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라며 "공공기관의 과다한 부채와 방만경영이라는 비정상적 행태가 관행화돼 있던 기간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이행 여부는 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상화 이행 여부 반영 안 돼=
등급 분포도를 보더라도 정상화 대책 노사합의 여부는 등급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날 기준으로 기재부 방만경영 55개 체크리스트에 맞춘 정상화 이행계획에 완전 합의한 기관 11곳 중 2012년보다 등급이 향상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예금보험공사 등 4개 기관은 되레 등급이 하락했다.

예금보험공사(A→C)과 대한주택보증(B→D)은 2등급씩 떨어졌고, 한국예탁결제원(C→D), 한국거래소(D→E)도 각각 1등급씩 하락했다. 공공기관 중 가장 먼저 합의한 부산항만공사나 비교적 초기에 합의한 무역보험공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C등급을 유지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경영평가 등급 결정 과정에서 많은 기관들이 정상화 대책 이행 여부가 2013년 경영평가 결과에 반영될 것이라는 압박을 받아 왔다"며 "심지어 경영평가 결과 발표 전날까지라도 정상화에 합의하면 점수를 올려 주겠다는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경영평가를 빌미로 정상화 대책 노사합의를 종용한 기재부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지난달 진통 끝에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를 65.8%나 줄이고도 E등급을 받은 한국거래소는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비계량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예상했고, 잘하면 C등급 정도는 받을 줄 알았는데 E등급을 받아 버려 직원들 모두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의도적으로 평가 결과 낮췄나=기재부가 정상화 대책 이행을 강요하기 위해 평가 결과 전반을 낮췄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영평가 결과 발표 전날 공대위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현오석 부총리가 경영평가 결과 초안을 보고 D~E등급을 더 많이 늘리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해당 제보자는 "이번에 전례 없이 낮은 등급이 급증할 것"이라고 공대위에 전했다.

공대위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상화 합의 도출을 위한 압박수단으로 최하위 등급기관을 확대했다거나, 정부에 찍힌 일부 기관이 계량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자 이를 비계량 평가에서 조정했다는 경영평가 결과 마사지 소문이 횡행하고 있다"며 "왜곡된 경영평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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