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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의료 민영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20] 영리자회사가 아니라 과감한 공공의료 강화가 필요하다이장규 진해드림요양병원 원장(노동당 정책위원회 비상임정책위원)

   
 
지난해 연말 철도 민영화 논란에 이어 최근 의료 민영화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철도 민영화는 아니라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의료 민영화 반대 100만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영리추구 위주의 의료 민영화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6월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매일노동뉴스>와 보건의료노조는 공동기획으로 '의료 민영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연속기고를 마련했다.<편집자>

정부는 지난 11일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를 허용하고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장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 영리화의 핵심적인 조치는 세 가지다. 비영리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허용과 원격진료 허용,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이 그것이다. 이 중 하나인 영리자회사 허용을 국회 논의도 없이 규칙 개정이라는 행정조치만으로 강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영리자회사의 허용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는 이미 많이 지적됐다. 병원은 환자를 의료의 대상이 아니라 영리자회사의 각종 부대사업과 관련한 돈벌이 대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지금도 이미 그렇지 않느냐고 할 수 있으나, 지금은 그래도 부대사업의 범위가 제한돼 있다. 의료행위 범위 내에서의 이익 추구는 많았지만 의료행위가 아닌 각종 부대사업과 연관된 돈벌이 행위는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이 빗장이 풀리면 의료가 아니라 온천·헬스클럽·장애인 보장구 등을 병원이 권유하게 될 것이고 전문적인 정보를 잘 모르는 환자들은 병원의 권유에 따를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넓은 의미의 의료비 대폭 상승을 불러올 것이다.

정부와 대자본 및 일부 병원은 이번 조치가 병원서비스업의 발전을 이루고 경영이 어려운 병원업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은 것이다. 필자는 중소 요양병원을 경영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 보면 현재의 수가구조가 저수가인 것은 사실이며 이를 벌충하기 위해 각종 비급여와 과잉진료가 판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영리자회사를 허용한다고 비급여와 과잉진료가 줄어든다는 보장이 있는가. 오히려 기존의 의료비 부담에 각종 부대사업으로 인한 부담이 추가될 것이란 전망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물론 현재의 수가구조는 틀림없이 개선돼야 한다. 급여 항목의 저수가를 비급여와 과잉진료로 벌충하는 현재의 상태는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하지만 기본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수가만을 일부 인상한다고 동네 병의원의 어려움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저수가 구조의 근본 원인은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인해 동네 병의원이 대형병원과 경쟁하게 되고, 이에 따라 병상수나 각종 의료기기 등에 대한 과잉투자가 이뤄지면서 그 투자에 대한 책임을 전부 민간이 지게 돼 있는 현 상황 때문이다.

따라서 수가구조 개선은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을 목표로 전면 개편돼야 한다. 1차 의료와 예방의료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고 지역별·전달체계별 총액 수가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수가구조 개선과 더불어 각종 비급여와 과잉진료를 억제하는 방안도 동시에 제시돼야 하며, 간병비나 타당성이 인정되는 각종 검사 비용 등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는 모두 급여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러한 수가구조 개선의 목표는 일부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본과 정부의 의료 영리화 추진에 대항해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인으로서의 양심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공공재다. 누군가 아프다는 것이 다른 누군가의 이익을 챙기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아픈 사람을 치료한 의료인의 노력은 공공에서 보상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기에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병원에 대한 투자나 건강보험에 대한 지원이 공공재정으로 이뤄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병원에 대한 투자의 거의 대부분을 민간에 맡겨 놓고 그 책임도 민간에 떠넘기면서, 법으로 규정돼 있는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지원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병원에 대한 투자 및 그에 따른 책임을 전부 민간이 감당하게 되면서 의사와 환자 모두가 불만인 현재 왜곡된 의료체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지원을 강화하고 건강보험재정 및 각종 공공재정을 이용한 공공병원 확충이 대폭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국립대 의대에 대해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그 대신 해당 학교 졸업자의 경우 일정 기간을 공공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는 방안까지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는 공공의료기관이 대폭 확충됐을 때 이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미 사관학교나 경찰대의 예가 있으므로 얼마든지 도입 가능하다. 또한 졸업 후 공공의료기관 근무가 의무화되므로 경쟁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기존 의료계에도 꼭 나쁜 게 아니다. 당사자들 또한 무상교육과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되므로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 적어도 이러한 수준의 과감한 공공의료 강화계획이 추진될 때만이 한국의 의료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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