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 위축과 여행·운송·숙박업계 등의 어려움이 계속 확산돼서는 안 되겠다"며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활력이 떨어지게 되면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게 되는 분들이 저소득층인 만큼 저소득층 생활여건 및 부담 증가를 꼼꼼하게 점검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맞다면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저소득층의 생활이 안정적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과연 그런가.

나라의 전체 소득 가운데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노동소득분배율’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70대 중반부터 꾸준히 증가해 96년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산업화의 영향으로 농촌을 떠나 도시 임금근로자로 편입되는 인구가 증가하고,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동조합의 조직화가 활발해지면서 임금상승 효과가 나타난 결과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은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임금수준이 낮은 임시·일용 노동자 비중이 커지고, 상용노동자와 임시·일용 노동자 간 임금격차가 커지는 등 고용의 질이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주상영 건국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논문 ‘노동소득분배율 변동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이 소비는 물론 기업의 투자까지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소득분배율 감소가 소비와 전체 경기를 위축시켜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늘리는 것이 소비촉진과 투자회복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사용자위원들은 동결의 이유로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현재의 최저임금은 매우 과도한 수준이고”(=노동자들이 게으르고), “저임금 단신근로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의 정책적 목표는 이미 달성했으며”(=더 올려 줄 수 없으며),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중소기업 근로자의 고용을 위협할 수 있다”(=올려 달라고 떼쓰면 해고하겠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에 대한 멸시와 협박이 느껴진다.

경영계는 올해로 5년 연속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눈앞의 비용만 따지면서 소비와 투자라는 경제의 두 바퀴를 멈춰 세우고 있는 꼴이다. 이제는 기업들도 깨달아야 한다. 세월호 때문에 경기가 침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머니만 채우면 그만인 기업의 욕심이 세월호를 침몰시켰다는 시대의 교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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