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철도 민영화 논란에 이어 최근 의료 민영화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철도 민영화는 아니라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의료 민영화 반대 100만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영리추구 위주의 의료 민영화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6월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매일노동뉴스>와 보건의료노조는 공동기획으로 '의료 민영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연속기고를 마련했다.<편집자>


 

정진후
정의당 국회의원
(교육·의료영리화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줬다. 승객의 안전과 생명은 내팽개치고 오직 기업의 이윤만을 우선시한 규제완화라는 탐욕이 우리 아이들을 수장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선령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려 노후 선박인 세월호를 들여오도록 했다. 승객의 안전은 전혀 고려 없이 증축해 복원성을 해쳤을 뿐 아니라 해운조합의 안전점검은 형식적이었고, 불법 과적조차 묵인했다. 승객의 안전과 생명을 위한 규제는 국가의 몫이 아니라 선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으로 넘어갔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제대로 안전점검이 이뤄질 리 없었다. 심지어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것은 구조의 책임조차 국가가 아닌 민간회사가 담당했다는 점이다.

세월호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은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다. 도대체 어느 국가가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장치를 해체해 버릴 수 있단 말인가. 대한민국의 국민은 기업의 탐욕을 위한 제물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대한민국 곳곳에 이 같은 세월호들이 널려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부터 아무것도 반성하지 못하고, 또 다른 세월호를 만들어 내는 데 전념하고 있다. 바로 의료 민영화 추진이다. 의료 민영화는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세월호에 온 국민을 태우는 것과 같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진료와 영리자법인 허용은 의료 민영화에 다름 아니다. 겉으로는 경제활성화정책·창조경제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기업의 이윤을 보장하고 의료를 영리화하려는 속셈이다.

원격진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함으로써 삼성과 같은 전자·통신기업의 의료장비를 팔아 주기 위한 정책이다. 원격진료 도입으로 기업은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겠지만, 국민의 건강은 위협받는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처방받을 수 있다는 약간의 ‘편리성’을 위해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것이다. 원격진료로 기업이 올리는 매출은 국민이 추가로 지출해야 할 몫일 뿐이다. 대면진료가 원격진료로 대체되면 진료의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오진의 가능성을 높인다. 지금도 2분, 3분 진료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못 받고 있는 상황에서 원격진료를 허용하면 10초, 20초도 안 되는 저질 진료가 양산될 것이다.

영리자법인의 허용은 병원의 기업화를 유도한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표로 삼는다.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듯이, 병원은 환자의 진료비를 늘리고 비용의 상당을 차지하는 의료인력을 줄이려 할 것이다. 비정규직인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에게 승객의 안전에 대한 책임성을 요구하기 어렵듯이 병원의 의료인력도 마찬가지다.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한낱 선사의 이익을 위한 화물에 불과했듯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은 영리의료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34조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제36조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 민영화는 국가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명백히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정책이다.

국민 건강을 국가가 포기하고 시장과 기업에 떠넘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분명하다. 기업이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 주지는 않는다. 그들은 오직 이윤만을 목표로 움직일 뿐이다. 우리의 아이들을 집어삼킨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준 교훈이지 않은가.

지금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부터 아무것도 성찰하고 있지 못하다. 말로는 대한민국 개조 운운하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잊히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 의료 민영화와 같은 각종 잠재적 세월호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것도 ‘창조경제’라는 속임수로 포장해서 말이다.

정의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반드시 만들어 낼 것이다. 더불어 전 국민을 세월호에 태우려는 의료 민영화를 막아 낼 것이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의료 영리화를 차단하려는 노력도 기울일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보장을 튼튼히 해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 탄탄한 사회보장제도를 갖춘 복지국가를 실현해 내려 한다. 그것만이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우리 아이들에게 진 죄를 갚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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