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일등도시다. 1인당 지역 내 총생산·지역 총소득·개인소득은 전국 1위다. 울산광역시로 승격된 후 인구는 증가세다.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찾아오는 도시다. 지난 3월 취업자는 증가했으며, 실업률(2.8%)도 전국 평균(3.9%)에 비해 낮은 편이다. 통계만 보면 울산은 잘사는 도시다.

울산은 위험도시다. 최근 3개월 동안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7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 참사 후에도 화재·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인근엔 노후화된 고리·월성 원자력발전소도 있다. 울산에 사는 이들이 불안한 까닭이다.

울산은 차별도시다. 임금노동자 4명 가운데 1명은 비정규직이다. 유사한 업무임에도 정규직·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두 배에 달한다. 150만원 미만의 소득가구가 5분의 1이나 된다. 300만원 미만 소득가구는 절반에 달한다. 타 도시에 비해 베이비부머도 가장 많다. 양극화가 심한 데다 노동자들은 빠르게 늙고 있다. 우리 사회의 민낯인 울산의 현주소다. 울산의 두 얼굴이다.

이런 울산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이들이 있다. 6·4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이다. 울산은 지방선거의 최전선이다. 타 도시에 비해 차별화된 노동과 안전 정책공약이 제시됐다. 국내 최대 산업단지라는 특성이 반영됐지만 세월호 참사 후 높아진 안전의식에 부응한 것이다.

야권 후보 간 단일화도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김기현(새누리당)·이상범(새정치연합)·조승수(정의당)·이갑용(노동당)의 4자 구도에서 3자 구도로 재편됐다. 이상범·조승수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해 조승수 후보로 정리됐다. 비록 야권 3자 간 단일화는 아니더라도 조승수 후보가 어느 정도 상승세를 탈 지 지켜볼 대목이다.

노동자 도시인 만큼 세 후보는 노동공약에 공을 들였다. 기호 1번 김기현 후보(새누리당)는 양대 노총·시민사회단체와의 유기적 협조를 고려해 '노동특보' 신설을 공약했다. 노사정 신뢰 형성과 기업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노사민정 협의체 활성화도 약속했다. 반면 기호 4번 조승수 후보는 기업 규모·고용형태 상관없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약속했다. 실행 방안으로는 ‘단체협약 지역적 구속력’ 확장을 제안했다. 기호 5번 이갑용 후보는 울산의 노동조합 조직률(27%)을 80%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울산시에 ‘노동조합지원과’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부당노동행위 방지 조례 제정도 약속했다.

김기현 후보는 ‘맘껏 기업하고, 노동자와 서민이 따뜻한 울산’을 공약했는데 그것이 양립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종오 울산 북구청장이 중소상공인 보호를 이유로 외국계 대형마트 허가를 불허하자 박맹우 현 울산시장(새누리당)이 윤 구청장을 고소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내건 김기현 후보는 박맹우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이다.

조승수·이갑용 후보의 공약은 진보학계와 노동계의 요구가 반영돼 눈길을 끈다. 노동자 도시답게 노동존중 공약이 제시됐다는 평이다. 하지만 두 후보 공약은 중앙정부 지원이 전제되지 않으면 실현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36조)에 따르면 ‘단체협약 지역적 구속력’은 지역에서 동종 업종 노동자 3분의 2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을 적용받을 때 단체협약 당사자 쌍방 또는 일방의 신청이거나 행정관청의 직권으로 발효된다. 노동위원회 의결도 거쳐야 한다. 조승수 후보는 이 조항을 활용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업별 교섭관행이 뿌리 깊은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 조항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평이다.

이갑용 후보의 노동조합지원과 공약도 마찬가지다. 울산시에 노동조합지원과를 신설할 수 있으나 공약을 이행하는 데 한계가 많다. 경제진흥실 산하에 노동정책과를 신설했던 서울시 사례를 볼 때 그렇다. 이를테면 노조 설립 방해나 부당노동행위를 감독하는 근로감독관은 중앙정부(고용노동부) 소속이다. 지방정부는 노조 조직화를 지원하고, 부당노동행위를 막을 마땅한 정책 또는 감독 수단이 없다. 사업장의 근로조건 위반을 감독하는 시민명예근로감독관제를 추진했던 서울시도 경영계의 반발로 난관에 부딪쳤을 정도다. 이처럼 지방정부 힘만으로는 노조조직률 향상은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진일보한 노동공약을 제시한 조승수·이갑용 후보가 좀 더 치열한 토론을 벌여야 할 부분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세 후보의 안전 공약도 눈길을 끈다. 조승수·이갑용 후보 모두 설계 수명이 다한 고리·월성 원자력발전 1호기 폐기를 내걸었다. 이갑용 후보는 산재은폐 건별 과징금제 조례 제정을 제안한 반면 조승수 후보는 유해화학물질사고 예방조례를 약속했다.

반면 김기현 후보는 쟁점인 고리·월성 원전 폐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조승수·이갑용 후보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다만 김기현 후보는 재난사고 예방대응 체계를 강화하되 UN의 방재안전도시 인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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