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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염호석,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삼성그룹 차기 회장 이재용. 1968년생으로 28세에 에버랜드 대주주가 됐고, 33세에 삼성전자 상무보가 됐으며, 44세에 삼성그룹 부회장이 됐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삼성의 경영권 승계자였고, 20대에는 변칙증여로 3조원 가까운 재산을 받았으며, 곧 300조원 규모의 자산을 가진 삼성그룹을 물려받는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 분회장 염호석. 1979년생으로 32세에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에 입사했고, 35세에 금속노조 분회장이 됐으며, 36세에 노조 승리를 염원하며 자결했다. 그는 삼성전자 AS 기사로 일했으나 올해 4월 월급이 41만원에 불과했다. 죽어서도 제 뜻을 이루지 못해 노조가 아닌 경찰과 아버지에 의해 장례가 치러졌다.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사실 꽤 밀접한 관계다. 이재용 부회장은 2007년부터 몇 년간 고객에 관한 포괄적 책임을 지는 CCO(고객총괄책임자) 직함을 달았다. 염호석 분회장은 고객만족도 평가로 삼성으로부터 매일 압박을 받는 삼성의 방문수리 기사였다.

중간에 수많은 단계를 거치지만 결국 염 분회장의 상관은 이재용 고객총괄책임자였던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도 임원 대표 약력으로 고객총괄책임자를 적어 놓고 있다.

두 사람은 출생에서부터 가진 재산까지 모든 점에서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수입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태어나면서부터 물려받은 부가 너무 커 굳이 수입이라는 개념이 들어설 자리조차 없었을 것이고, 여기에 배당·이자·임원 보수·주식거래 차익 등 그가 직접 관리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복잡한 수입으로 인해 그 실체를 알 수 없을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에 따르면 삼성 비서실의 핵심 업무가 이씨 일가의 재산 관리였을 정도다.

반대로 염 분회장은 물려받은 부가 없어 그달의 수입이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한 처지였다. 분 단위 급여를 수리 유형에 따른 시간테이블에 맞춰 건 단위로 지불하는 기형적 임금체계로 인해 자신의 수입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센터에 지급하는 건당 통합수수료에는 복잡하게 짜여진 30여개 항목의 지원금이 있었고, 센터 사장은 이를 자기 멋대로 유용한 후 기사에게는 쥐꼬리만 한 수수료만 지급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불법성 임금체계를 설계했고, 센터 사장들은 거기서 이득을 취했다.

이 부회장의 수입 명세서가 너무나 크고 복잡한 액수로 인해 존재할 수 없었다면, 염 분회장의 임금명세서는 써 넣을 액수가 너무 적고 초라해 존재할 수 없었다.

그리고 2014년 5월17일, 두 사람은 동시에 뉴스 기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로, 염 분회장은 죽음으로 각각 뉴스가 됐다. 우연이라면, 비극적 우연이다. 두 사람은 한 기사에 동시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각각 경제면과 사회면에 등장했다.

세계 전자업체 1위 삼성. 그 삼성의 차기 회장이 동전의 화려한 앞면이라면 무노조 정책과 노조탄압, 간접고용과 원·하청 불공정거래, 비자금과 불법증여는 동전의 어두운 뒷면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염호석 분회장은 그 양면을 대표해 같은날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의 지금까지 공식적 태도는 염 분회장과 삼성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도급센터 직원이지 삼성의 직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노조가 강한 곳만 골라 올해 순차적으로 폐업에 들어간 부산 해운대·충남 아산·경기 이천 센터는 삼성이 시킨 것이 아니라 센터 사장들이 우연하게 부산부터 경기까지 골고루 스스로 사업을 포기한 것이고, 108개 업체 170여개 센터에서 똑같이 진행 중인 건당 수수료 제도도 삼성이 설계한 것이 아니라 100여명의 도급 사장들이 알아서 합심해 같이 시행 중인 사안인 것이다. 삼성의 태도는 논리적, 비논리적인 걸 떠나 솔직히 무례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나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삼성의 사회적 책임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와 함께 동시대를 살았고, 그가 서초동 고층빌딩에서 고객총괄책임을 맡을 때 가가호호 방문하며 고객을 책임진 한 동료에 대한 예의라는 측면에서라도 그렇다. 더 이상 염 분회장이 삼성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삼성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삼성’ 마크를 단 노동자가 죽었고, 그와 같은 ‘삼성’ 마크를 단 1천여명의 노동자가 서초동 본사 앞에서 열흘 가까이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논리가 문제라면 이재용 부회장은 사람에 대한 기본적 예의를 가지고라도 나와야 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한지원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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