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가 숨졌는데 유골이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조문조차 할 수 없어요.”

고 염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이 지난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지 나흘 만인 21일. 경남 양산센터 분향소를 지키다 상경한 부산·양산지역 조합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18일 고인의 부친이 경찰의 힘을 빌려 고인의 시신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기자 뒤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경찰이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강제로 빼내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뒤 어처구니없는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당초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에 있던 시신이 부산 금정구 행림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곳에는 시신 없이 빈소만 차려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고인의 부친이 남몰래 화장할 것을 우려한 지회 조합원들은 피시방으로 갔다. 인근 지역의 장례식장과 화장장·묘역을 검색한 끝에 20일 오후 1시 밀양공설화장장에서 염 분회장의 화장이 예약된 사실을 겨우 확인했다.

조합원들은 당일 오전 11시에 화장장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오후 1시라던 화장은 이미 진행 중이었다. 조합원들과 고인의 생모는 유골이라도 인도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18일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에서 벌어진 일이 반복됐다. 경찰들이 조합원들을 막아섰고, 유골은 뒷문으로 빼돌려졌다. 조합원들은 다시 고인이 양산 하늘공원에 묻힐 것이라는 계획을 알아냈다. 하지만 묘터에 구덩이만 파진 채 고인의 유골이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고인의 부친이 안치 예약을 취소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지회 부산양산지역 조합원들은 고인의 유골찾기를 중단하고 지회의 파업농성이 진행 중인 서울로 올라왔다. 이날까지 고인의 유골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회 관계자는 “삼성과 결탁한 경찰·부친이 염 분회장의 시신과 유골을 이리저리 빼돌리며 장난치고 있다”며 “강제로 시신을 탈취해 화장까지 했으면 유골 앞에 조문할 기회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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