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 새 잇단 중대재해로 5명의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계열사 포함시 8명)가 목숨을 잃은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지난 5년간 955억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결은 ‘산재은폐’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현대중공업 등 11개 사업장 산재보험 할인금액 현황’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그 계열사는 지난해 183억7천870만230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받는 등 지난 5년간 총 955억7천353만7천970원의 보험료를 덜 낸 것으로 확인됐다.<표 참조>

원래 내야 할 돈을 덜 내기 위해 산재은폐라는 꼼수가 동원됐다. 산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꾸미면 기업이 부담하는 보험료율이 낮아지는 제도의 빈틈을 악용했다. 5년간 현대중공업에 적용된 산재보험 업종요율은 2008년 57%에서 2013년 27%로, 같은 기간 개별실적요율은 50.16%에서 17.28%로 뚝 떨어졌다.<상자기사 참조>

이른바 ‘공상처리’ 방식으로 산재발생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면 보험료율이 감면된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의 산재은폐 관행은 의혹을 넘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가 지난해 3월 울산 동구지역 정형외과 10곳을 방문해 현대중공업의 산재은폐 실태를 조사한 결과 106건의 산재은폐 사례를 적발했다. 불과 5명의 조사원이 2주간 조사한 결과다. 실제 산재발생 건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노조가 이 중 40건에 대해 노동부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조사가 완료된 13건 중 11건이 산재은폐 사례로 확인됐다.

노조는 이런 식으로 수작업을 벌여 지난해 7월·10월·11월에 131건의 산재은폐 사실을 파악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산재은폐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노조는 이날도 82건의 산재은폐 사실을 추가로 확인해 검찰에 고발했다.

산재은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에 명시된 산업재해 발생 보고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사업주에 대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반면 중대재해의 경우 업무상 과실 등의 혐의를 물어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다.

산재다발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책임지는 정부가 사업주 처벌은커녕 보험료 깎아 주기에 골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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