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유플러스 내부 인트라넷 공지사항. 협력업체 기사 채용시 QM이라는 원청 관리자가 사전에 면접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채용·징계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이 나왔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적법도급 판정을 받은 삼성전자서비스보다 협력업체에 대한 지휘·명령권 행사 정도가 높아 불법파견 논란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원청 전산시스템·매뉴얼로 업무진행=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와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29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인력운영체계 분석’ 연구용역 발표회를 개최했다. 민변 노동위원회가 수행한 연구용역은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협력업체 간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됐다.

두 통신기업은 삼성전자서비스처럼 원청의 콜센터를 통해 고객의 주문·요청을 받고 기사를 배정했다. 원청의 모바일·웹 전산시스템을 통해 협력업체 기사들이 업무를 확인하고 업무종료 보고를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처럼 원청이 제공한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하고, 원청으로부터 교육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평가하고 실적을 독려한다는 점도 삼성전자서비스와 유사하다.

노동부는 지난해 9월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수시근로감독 결과 △원청의 전산시스템과 매뉴얼을 통한 업무 수행 △원청이 협력업체 노동자를 교육·평가한 뒤 인센티브 제공 △원청이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직접 문자메시지 발송 등의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AS업무 특성상 삼성전자서비스가 파견법상 사용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 '봐주기 의혹'에 휩싸였다.

◇AS기사 면접에 직접 업무지시=연구용역 결과 두 통신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지휘·명령권 행사는 삼성전자서비스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이었다. LG유플러스는 고객센터에 채용인원을 정해 주고 적정인력을 채용하지 않으면 협력업체로부터 AS수수료를 강제로 환수하는 페널티를 적용하고 있었다. 협력업체 기사들이 볼 수 있는 전산망에 이런 지침을 공지했다. 심지어 협력업체가 기사를 채용할 때 원청의 관리자인 QM(Quality Manager)이 기사 채용 대상자를 사전에 면접해 점검하는 사례도 발견됐다.<사진 참조> 원청이 협력업체의 인사·채용에 관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LG유플러스는 원청 관리자가 협력업체 직원에게 고객관리·영업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업무지시까지 내렸다. 핸드폰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통해서다. 보통 전자·통신업체들이 협력업체 대표자나 관리자를 거쳐 업무지시를 전달하는 것과 비교된다. SK브로드밴드에서는 원청업체 관리자가 고객불만 접수를 많이 받은 기사를 면담하기도 했다.

◇징계기준 마련하고 직접 조치=LG유플러스는 협력업체 기사들을 상대로 징계기준까지 마련했다. 올해 2월 LG유플러스가 협력업체들에게 내린 공지사항을 보면 “업무지침 미준수시 경고, 연간 누적 3회차 문서 경고시 : 해당기사 코드 삭제”라고 돼 있다. 해당기사 코드 삭제는 해고나 다름없는데, 원청 관리자만이 할 수 있는 조치다.

SK브로드밴드도 징계에 개입하고 있었다. 매달 협력업체에 성과지표를 제시하는데, 실적 하위자에게 ‘개선활동(휴일당직)’을 시키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 이를 시행하지 않는 업체에게는 “경고 누적시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명백한 위장도급”=연구용역을 수행한 류하경 변호사(법무법인 해우)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삼성전자서비스보다 심하게 협력업체 지휘·명령권을 행사하고 있었다”며 “두 기업과 협력업체 기사들은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에 있거나, 불법적인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노동부는 지난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삼성전자서비스에 면죄부를 줬다”며 “노동부가 AS직종에서 파견·도급 구분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입법부에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