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은회

중국 정부가 노동시장에 만연한 불법파견을 근절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기업들의 파견 남용이 저임금과 차별·고용불안 문제를 야기해 중국 정부가 표방하는 조화로운 사회 건설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시행된 ‘노무파견 잠행규정’은 파견허용업무의 기준을 임시성·보조성·대체성으로 구체화하고, 파견근로자를 전체 직원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불법파견 근절" 칼 빼든 중국 정부

노사발전재단(사무총장 엄현택) 주최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중국의 노무파견 잠행규정 시행에 따른 진출기업 인사노무관리 방안’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온 리 진둥 중화전국총공회 법률부 처장은 “2008년 중국의 노동계약법이 시행된 뒤 노무파견 근로자가 급증해 공식통계상 2천700만명, 비공식집계상 6천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노동시장에 무질서한 경쟁이 나타나고, 파견근로자들이 임금·사회보험·노조가입권리를 침해당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가 2008년에 만들어진 노동계약법을 시행 4년 만인 2012년 개정한 이유다. 정국 정부는 법 개정에 이어 올해 1월 노동계약법 시행령에 해당하는 노무파견 잠행규정을 제정했다. 잠행규정은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우리나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파견허용업종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의 옛 노동계약법은 파견대상 업무를 구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정한 국민경제업종 20개 부문 중 16개 부문에에서 파견직이 사용되는 데 이르렀다. 중앙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국유기업인 중앙기업의 전체 근로자 3분의 2 이상이 파견직으로 채워지는 등 업종과 부문을 가리지 않고 파견직이 무섭게 늘어났다.

새로 제정된 잠행규정에는 파견근로자의 사용범위와 사용비율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잠행규정은 △존속기간 6개월 이내의 직무(임시성) △주요 직무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무(보조성) △파견사용업체 정직원의 교육·휴가 등으로 일정 기간 대체근무가 필요한 직무(대체성)에만 파견직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이 중 보조성 직무를 채용하기 전에 파견사용업체는 직원대표회의를 통해 보조성 직무방안을 제시하고, 노동조합 또는 직원대표와의 협상을 거쳐 이를 확정한 뒤 회사에 공고하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아울러 전체 직원의 10% 이내로 파견근로자를 제한했다.

잠행규정에는 파견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도 담겼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따라 "파견근로자에게 업무와 관련한 복리후생을 제공하고 차별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명시했다. 이를 어기고 파견근로자에게 손해를 끼치면 파견사용업체와 파견업체가 연대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위법의 경중에 따라 과태료 처분 또는 파견업체 영업취소 조치가 뒤따른다.

중국 정부는 영세 파견업체의 난립을 막기 위해 파견업체의 설립요건도 강화했다. 기존에는 자본금 규모가 50만위안(8천323만원) 이상이면 파견업체 설립이 가능했지만, 개정된 잠행규정에 따라 자본금 규모 200만위안(3억3천292만원) 이상 업체만 파견업을 할 수 있다. 이 같은 규정을 어기고 불법으로 파견사업을 벌이다 적발되면 위법소득을 몰수하고, 위법소득의 2~5배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요건을 갖춘 파견업체가 관련 규정을 어기면 개선명령이 떨어지고,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파견근로자 1명당 1만위안(166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중국진출 한국기업 노무관리 관행 수정 불가피

중국 사회의 파견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노무관리 관행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임시성·보조성·대체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직접계약을 통해 직원을 채용해야 하고, 요건을 갖추더라도 전체 직원의 10% 이내로만 파견직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정직원을 해고하고, 해당 근로자와 파견업체가 고용계약을 맺도록 한 뒤 계속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유지할 경우 정부 당국의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리 진둥 처장은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노무파견을 한층 규범화하고 파견업체와 파견사용업체, 파견근로자 등 3자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근로자의 권익보호와 조화로운 노사관계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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