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ㆍ민변ㆍ참여연대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이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실태 발표 및 증언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16일 오전 희망연대노조 주최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 비정규직 노동실태 발표 및 증언대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제3 세미나실. KT와 함께 국내 통신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가 경쟁하듯, 두 기업의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경쟁하듯이 자신이 처한 열악한 노동조건을 호소했다.

4대 보험료 전액 노동자 부담, 퇴직금 적립액까지 공제

인천 부평에 있는 SK브로드밴드 고객센터에서 인터넷 선·전화·IPTV 개통업무를 하고 있는 유아무개(34)씨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유씨는 지난해 2월 고객에게 평가점수 만점을 달라고 부탁했다가 되레 0점을 받아 한 달 급여 중 10만원을 차감당했다.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들은 고객만족도 평가 결과 10점 만점이 아니면 기사들의 급여를 차감한다. 기사들은 민망함을 무릅쓰고 고객들에게 10점 만점을 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그런데 고객들에게 점수를 청탁한 사실이 발각되면 0점을 받는다. 유씨가 그랬다.

이날 민주노총 서울본부 법률지원센터가 발표한 두 통신사 협력업체의 급여차감 사례는 다양하다. 퇴직금적립 명목으로 매달 급여에서 공제하는 것은 기본이다. 심지어 개별도급 계약직이 아니라 협력업체 정규직인데도 4대 보험료를 노동자가 전액 부담하는 곳도 있었다.

SK브로드밴드 송파센터에서 개통기사로 일하는 이경재(38) 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장은 지난해 5월 암투병 중인 부친을 간병하느라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결과 6월 초에 그가 받은 급여명세서에는 총급여가 ‘-24만2천원’이라고 찍혔다. 건당수수료로 급여를 받는 이경재 지부장이 5월에 번 돈은 4만3천835원이었고, 퇴직금·4대 보험료(사용자 부담분 포함) 29만4천420원이 공제됐다.

이 지부장은 “결국 회사가 6월 급여에서 마이너스된 전달 급여만큼 차감했다”며 “정규직인 내가 건당수수료로 월급을 받고, 퇴직금 명목으로 미리 공제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두 통신사의 협력업체들은 △원청이 제시한 각종 품질관리 지표 △고객만족 평가 △개통률 △영업실적 △고객불만 신고 △검수불량 △상품가입 신청서 수거율에 따라 수십만원의 급여를 차감하고 있었다. 고객이 셋톱박스 같은 장비를 분실해도 기사들의 급여를 삭감했다.

LG유플러스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동료가 고객의 집에서 금목걸이를 훔쳤다는 오해를 받았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는데도 오해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급여를 삭감당했다”고 말했다.

실태조사를 진행한 최진수 공인노무사는 “각종 급여차감은 근기법상 임금전액불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산재처리율 13%, 시간외수당 미지급률 80%

산업노동정책연구소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두 통신사의 수도권·전북지역 38개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4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업무 중 사고에 대해 산재처리를 해 주는 비율이 턱없이 낮았다. SK브로드밴드 소속 업체는 13.6%, LG유플러스 협력업체는 13.2%에 그쳤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법률지원센터가 비슷한 기간에 두 기업 소속 서울·경기지역 14개 센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발견됐다. LG유플러스 동대문센터의 한 노동자는 지난해 개통작업 중 못에 찔려 손바닥이 관통당해 한 달간 요양했다. 그러자 센터는 산재보상 명목으로 30만원어치의 주유쿠폰만 지급했다. 최진수 노무사는 “쉬는 동안 돈을 벌지 못한 해당 노동자는 동료들에게 주유쿠폰을 팔아 생계비로 썼고, 그것도 부족해 센터장에게 ‘쿠폰을 더 달라’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다”고 전했다.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두 기업 협력업체의 시간외근로수당 미지급률은 80%나 됐다. 휴일에 일을 해도 통상임금의 150%를 가산한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수당을 받았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상반기 중에 거대 통신사와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근로감독을 노동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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