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와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가 지난달 설립된 가운데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가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 위장도급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본사와의 계약해지를 거론하면서 노동자들에게 노조탈퇴를 종용한 정황도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협력업체는 SK브로드밴드 명함 사용금지”

15일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희망연대노조는 서울과 인천지역의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고객센터) 사장과 조합원의 면담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파일은 지난달 말 두 지부가 설립된 직후인 이달 초 녹음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역의 한 고객센터 센터장과 노동자가 면담한 내용에는 지부 출범과 관련해 원청 차원의 대응이 거론돼 있다. 센터장은 “노조가 결성돼도 SK브로드밴드를 협상테이블에 부르기가 쉽지 않다. 센터들이 (협상에) 붙는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장은 이어 “SK브로드밴드 부문장 주재로 회의가 열렸는데 결론은 (노조가 협상을 요청하더라도)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교섭에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과 함께 원청의 사용자성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의 지침도 언급됐다. 센터장은 “부문장 주재 회의에서 (협력업체) 명함시안 (변경)을 지침으로 내렸다”고 밝혔다.

최근 SK브로드밴드는 직원들의 명함시안을 변경하라는 내용의 ‘명함 가이드’를 협력사에 내려보내 관련규정을 반드시 준수하도록 했다. 기존 명함에는 ‘SK브로드밴드 ○○○○센터’라고 찍혀 있는데, 여기에 협력사 이름을 추가하라는 내용이다.

이날 은수미 의원이 공개한 한 고객센터의 명함<사진>을 보면 원청의 지침에 따라 명함시안이 변경된 것을 알 수 있다.

센터장은 녹취록에서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일어날 때 (삼성전자서비스) 유니폼을 입었고 명함이 이렇습니다(라고 노조원들이 주장을 했다.) (…) 명함에 주식회사 어디다(라고 써야), 소속이 삼성을 대표하는 하도급업체로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장은 이어 “(명함시안 변경) 지침을 어긴 센터가 있으면 SK브로드밴드와 (노조와) 협상을 유도했다 그러면 계약해지”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간 불법파견 논쟁 과정에서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삼성전자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과 사원증·명함을 착용해 논란이 된 것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SK브로드밴드가 사전에 논란의 여지를 차단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조 결성되면 본사에서 계약해지”

녹취록에 나오는 센터장은 노조설립에 따른 계약해지도 압박했다. 센터장은 “6월에 (도급계약) 재계약이잖아요. 그 전에 문제 발생해서 (센터장들이) 협상테이블 나오면 다 흩어져요. 센터 다시 만드니까. 우리 센터는 새 주인을 찾으라고 내려오겠지요”라고 말했다.

인천지역 한 고객센터장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노동자와 면담한 녹취파일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센터장은 흥분한 목소리로 “노조가 결성이 되잖아? 센터 계약해지야, 본사에서. 이거를 전부 다 우리쪽으로 총대를 돌리고 있다고 센터에다가”라고 소리쳤다.

같은 시기에 노조가 만들어진 LG유플러스 협력업체의 경우 녹취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 사례처럼 센터장들이 조합원들에게 본사와의 계약해지를 압박하면서 노조탈퇴를 요구한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관계자는 “녹취파일 내용을 들으면 SK브로드밴드 본사 차원에서 노조결성에 대응하고 있고, 원청의 사용자성 지우기에 나선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본사 관계자는 “고객센터 센터장들의 발언에 대해 사실확인 중이지만, 외주업체 노사관계에 대해 입장을 밝히거나 관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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