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6·4 지방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요즘, 이전 선거들만큼은 아니지만 청년과 관련한 기획이 이곳저곳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는 전국을 순회하며 현장의 청년들을 만나겠다는 포부로 ‘찾아가는 청년버스’를 출발시켰다. 각 정당의 청년학생 부문이 주관하는 행사도 연이어 잡히고 있다. 광역시·도 단체장선거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지역의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청년의 역외유출을 막겠다며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한 번 청년이 주목받는 것일까. 이번 지방선거가 청년문제 해법을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마케팅에 청년이라는 기호가 동원되고 있을 뿐일까.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지방선거가 갖는 제약도 있겠지만, 지난 경험에 비춰 봤을 때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정책검증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지방선거 의제설정 과정에서 얼마나 적실성과 실효성 있는 청년정책이 제시되는가. 그것을 제대로 실행할 의지가 있는가를 중심에 두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 세대 간 연대냐 경쟁이냐의 문제가 또다시 또오르고 있다. 누군가는 이것을 ‘세대전쟁’의 전야 상태로 표현한다. 2000년대 이후 장기저성장 경제위기는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가했고, 그것은 특정세대와 계층의 삶을 보다 집중적으로 파괴하는 양상으로 드러났다.



근본적인 해법은 시장경제의 파괴적 본성을 정치의 방법을 통해 사회가 교정해 나가는 것이다. ‘노동 있는 정치’가 자본을 통제해 전체 사회의 부를 재분배함으로써 한쪽으로 치우친 분배의 추를 반대방향으로 다시 가져와야 한다. 이것이 경제민주화의 원리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는 아직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다른 균열의 틈새로 등장한다. 사회경제적 자원의 배분을 두고 청년세대와 기성세대가 극명히 대치하는 양상으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일자리 문제가 청년세대의 신규채용 요구와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연장 요구가 충돌하는 구도 위에 놓이게 됐다. 고용창출에 대해 기업이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약자들끼리의 제로섬 게임이 설정되는 것이다. 자칫 모두가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정작 누구를 위해 싸우는 것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전쟁이다.



자본을 대표하는 사용자단체들은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 수준 완화를 청년고용 대책 중 하나로 제시한다. 정규직 비정규직에 상관없이 고용이 유연해져야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규제완화 정책도 사실 같은 맥락에 있다. 정부가 유포하는 담론에서 세대 간 갈등을 강조하는 것은 진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추구할 방향은 ‘일자리 상생’으로 표현되는 세대 간 연대다. 이러한 관점에서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나갈 공동의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 청년의 경제활동 문제에 저출산·고령화·장기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게 될 모든 세대의 미래가 걸려 있다.



지난해 유럽의 정상들이 두 차례 모여 “청년실업은 유럽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는 공동의 문제인식을 확인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본격적인 지방선거 국면에 접어든 지금, 우리에게도 이런 태도가 필요하다. 청년정책이 부문의 수준에 그치거나, 개별적 이슈에서 드러나는 세대 간 갈등의 양상에만 주목한다면 우리는 나아갈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는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구체적인 대안에 대한 합의와 실행에 이르는 사회적 협약의 장이 돼야 한다. 그것이 세대전쟁을 막는 길이다.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scottnearing87@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