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철도노조 지도위원
(전 민주노총 위원장)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상곤 예비후보의 무상버스 공약이 6월 지방선거 최대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같은 당 소속 예비후보들은 물론 새누리당 출마자들도 대중교통 관련 공약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입니다. 김상곤 예비후보가 내부경선을 통과해 경기도지사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중요한 정치적 이슈를 던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후보 간 정책 차별성 없이 진영논리에 따라 표를 호소했던 지난 선거판을 돌아볼 때 ‘우리의 일상과 정치가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 주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그가 경기도교육감 시절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를 통해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켰던 점을 의식한 듯 보수진영에서는 ‘무책임한 공짜 버스’라고 연일 맹비난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공약검증에 앞서 ‘공짜’ 논쟁에 대한 개념부터 정리하는 것이 생산적인 논의를 위한 출발일 듯합니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지출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가를 결정하는 행위가 정치의 핵심이라고 할 때 무상급식이나 무상버스를 위한 재원은 누군가 시혜적으로 그냥 주는 것은 아닙니다.

시민들은 국가에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고 국가는 시민들에게 행복한 삶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계약은 근대국민국가 형성의 전제입니다. 말 그대로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예컨대 성인 남성들에게는 국방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의무군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공짜배급이 아니듯이 의무교육에 따라 제공되는 학생급식은 국가의 의무입니다. 따라서 쟁점은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통해 이동할 시민의 권리를 기본권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쟁점은 정책설계를 함에 있어 대상자를 누구로 할 것이며,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는가입니다.

우선 시내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인 도시철도의 예를 통해 시민의 이동권이 기본권인 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미 철도공사를 비롯한 서울시와 6개 광역시 지하철공사에서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무임승차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주체가 공기업이기 때문에 노인들에게 무임승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낄 수 있고 응당 그래야 하지만 이를 공짜라고 비난하는 보수언론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노인들은 젊은 시절 시민으로서 국가를 위해 납세·국방·교육의 의무를 다했기 때문에 노인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최소한의 이동권은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수도권 전동열차의 운행구간은 점점 광역화돼 서울을 기준으로 남쪽으로는 충청남도 아산시에서 북쪽으로는 경기도 동두천시까지 확장됐습니다. 중앙선과 경춘선의 경우 경기도 용문과 강원도 춘천시까지 무임승차가 가능합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충청도에서 서울을 경유해 인천과 경기도, 강원도까지 무료로 이동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경기도 내를 운행하는 버스에 이런 무임승차제도를 도입하지 못할 이유는 운영주체가 민간자본, 즉 민영버스라는 점 말고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공공성이 강한 시내버스 운영을 민간자본에게 맡기는 민영버스체제를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방 토호자본들은 60~70년대 산업화 초기 호황을 누렸던 버스운송사업을 통해 형성된 경우가 많습니다. 2010년 5개월 이상 전개된 전북지역 버스파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버스자본들과 지역관료들의 유착은 상상을 넘는 수준입니다. 파업 당시 중재에 나선 전주시장을 하대하던 버스자본들의 행태는 지역사회에서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 준 사례입니다.

민영버스회사가 수익을 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수익이 나는 지역을 주요 경유지로 해서 노선을 배정받으면 됩니다. 그 회사는 수익성이 높을 것이고, 비수익노선을 경유하는 버스회사는 경영이 어려울 것입니다. 해당 버스회사 노동자들의 생산성과는 무관한 것이죠. 아무리 베테랑 운전기사라고 하더라도 변두리만 경유하면 그 운전기사는 생산성이 낮은 노동자로 전락합니다.

그래서 버스자본은 자연스럽게 노선배정의 면허권을 가진 지역관료들과 유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 놓여 있는 것이죠. 결국 황금노선을 배정받으려는 버스자본들의 로비가 횡행합니다. 또 수익지역을 반드시 경유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른바 ‘굴곡노선’, 수익성이 없는 시간대에는 운행하지 않는 ‘불규칙한 배차’ 문제로 이어집니다. 해당 문제를 가장 먼저 쟁점화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철도노조 지도위원(전 민주노총 위원장) (krw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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