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와 공정사회파괴·노동인권유린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 은수미·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서비스센터를 위장폐업시켰다고 주장했다. 정기훈 기자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를 모집하는 내용의 대외공고를 하고 내부적으로는 협력업체를 운영할 사장을 별도로 모집하는 이중 행보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협력업체(센터)를 위장폐업시킨 뒤 바지사장을 새로 앉히는 방법으로 노조 무력화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속노조와 공정사회파괴·노동인권유린 삼성바로잡기 운동본부, 은수미·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와해를 위해 서비스센터를 위장폐업시켰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올해 2월 말 협력업체가 운영하던 부산 해운대센터·충남 아산센터·경기 이천센터에 대한 폐업을 공고했다. 협력업체들은 폐업을 이유로 기사들에게 고용해지·근로관계 종료를 통보했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대내 모집공고로 바지사장 모집"=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25일 홈페이지에 해운대센터 폐업 사실을 공지했다. 같은날 아산·이천 센터를 운영할 협력업체를 모집하는 공고를 내보냈다.

아산·이천 센터 모집공고에 이상한 점은 없었다. 자격요건을 "전자제품 수리업 10년 이상, 종업원 50인 이상"이라고 내걸면서 폐업된 업체를 대신할 협력업체를 모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가 이날 내부전산망(마이싱글)을 통해 본사 직원과 협력사 사장·팀장들에게 보낸 이메일은 대외공지와 달랐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공개한 협력사를 모집하는 이메일에는 모집대상 응모자격을 "본사는 차장급 이상, 협력사는 팀장 이상으로 서비스경력 15년 이상"으로 규정했다. 협력사 선정기준이 아니라 협력사를 운영할 사람에 대한 기준을 공지한 것이다.

권영국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은 "두 개의 공고를 종합하면 협력업체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바지사장이 운영하던 센터의 폐업소식을 알리는 한편, 동시에 다음에 올 바지사장 채용공고를 낸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협력업체 폐업이 위장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위장폐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폐업된 서비스센터 세 곳이 노조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회장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세 곳의 센터만 경영악화와 사장의 건강악화를 이유로 폐업을 했다"며 "노조 조직력과 단결력이 가장 뛰어난 조합원들을 집단적으로 추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삼성전자서비스가 위장폐업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은 2010년 현대중공업에서 사내하청노조가 만들어지자 하청업체가 폐업한 사건에 대해 "위장폐업의 책임을 원청인 현대중공업도 져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권영국 변호사는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사업 폐지를 유도하고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거나 침해하는 지배·개입 행위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폐업 관련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센터를 새롭게 맡은 업체를 찾는 절차와 동시에 내부와 협력사에서 센터를 운영할 의사가 있는 분들을 동시에 찾는 게 어떻게 위장폐업이냐"며 "이천·아산센터 사장의 경우 지난해부터 사업 중단의사가 있었다는 것을 노조도 알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위장폐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와 109개 협력업체와의 도급계약은 31일부로 끝난다. 삼성전자서비스측은 “폐업한 3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협력업체와는 계약을 갱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정남 기자
김학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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