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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의료 민영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④] "국민을 위한 원격의료? 결과는 국민이익 파괴"

지난해 연말 철도 민영화 논란에 이어 최근 의료 민영화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철도 민영화는 아니라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의료 민영화 반대 100만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영리추구 위주의 의료 민영화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6월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매일노동뉴스>와 보건의료노조는 공동기획으로 '의료 민영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연속기고를 마련했다.<편집자>
 

   
이권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의료 민영화의 핵심정책 중 하나는 원격진료다. 의사와 환자 간의 시공간의 장벽을 극복하고 가장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진찰을 위한 시간이 줄어들고, 적절한 질병관리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적극 홍보하고 있다. 말인즉 원격진료가 ‘건강 유지와 향상’이라는 국민의 이익을 제대로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많은 거짓을 숨기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이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마저 갖게 만든다. 사실 원격진료에 필요한 기술은 유럽의 의료선진국들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왜 선진국들은 환자와 의사간의 원격진료를 허락하지 않는 것일까. 거기에는 너무나 명확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의료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가 원격진료를 통해 할 수 있는 진단방법은 문진(화상대화를 통해 환자의 말을 듣고 증상을 판단)과 생체측정기기 사용(인터넷을 통해 자동으로 정보를 의사에게 전달) 정도다.

이러한 것들은 진단방법의 일부일 뿐이다. 원격진료로는 눈으로 정확히 진찰하는 것(시진)이 불가능하다. 만져 보고(촉진), 맛보고, 냄새를 맡아 볼 수도 없다. 몸에 물리적인 충격을 준 다음 문제를 찾아내는 이학적 검사나 그 외의 간단한 실험도 불가능하다. 원격진료는 가장 기본적인 진단방법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이는 곧 오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는 ‘건강 유지와 향상’이라는 국민의 이익이 훼손됨을 뜻한다.

이러한 문제를 아는 모양인지, 정부는 될 수 있는 한 원격진료를 의학적 위험이 낮은 경우에 한해 실행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그렇지 않아도 과잉돼 있는 외래진료를 더욱더 과잉으로 몰고 갈 뿐이다. 의료비용 낭비라는 국민이익의 훼손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래진료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과잉된 상태다. 1년 동안 인구 1인당 의사가 외래진료를 하는 건수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6.7회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13.2회다. 거의 두 배 가량 외래진료가 많다(OECD Health Data 2013). 특히 외래진료 과잉은 의학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경우에 주로 일어난다. 경증 질환에 초점을 둔 원격진료 때문에 외래진료 과잉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래진료 과잉의 문제는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의료비를 증폭시킨다. 쓰지 않아도 되는 곳에 돈을 쓰게 만든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5천만명이다. 절반이 1년에 한 번 불필요한 원격진료를 받는다면 2천500만번이다. 진료비는 '의료기관 종별 가산율제'(상급종합병원은 30%, 종합병원은 25%, 병원은 20%, 의원은 15%)에 따라 2만원에서 4만원이다. 따라서 적게는 5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억원에 달하는 외래진료비를 매년 불필요하게 부담해야 한다.

결국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외래진료의 경우 동네의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1~2012년 사이에 20%가 줄어든 반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점유율은 14%로 늘어났다. 동네의원의 외래환자들이 중대형 병원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동네의원과 병원으로 구분해 원격의료 허용대상을 정해 놓았다.

하지만 의료의 질을 걱정하는 국민은 원격의료 분야에서도 지금처럼 중대형병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소수의 경쟁력 있는 동네의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면 1차 진료체계가 무너진다. 쓸데없는 비용의 낭비도 초래한다. 앞서 말했듯이 '의료수가 종별 가산율제'에 의해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외래진료비용이 동네의원의 그것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예컨대 감기 외래진료의 경우 동네의원은 1만1천433원, 종합병원은 2만2천294원, 상급병원은 4만408원, 빅4 병원은 4만4천102원이다.

위에서 거론한 것들 중 대체 어느 것이 국민의 이익, 즉 공익에 부합한다는 말인가. 오히려 모든 면에서 국민 이익을 해치는 것들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민을 위한다’는 억지를 원격진료에 갖다 붙이고 있다.

IT산업과 의료 간의 융합이라는 허울 좋은 ‘창조경제’의 논리에 몰입해 객관적인 세상 이치를 왜곡시키는 행태다. 국민으로 하여금 쓸모없는 곳에 돈을 뿌려 소수의 병원과 의료자본의 배만 살찌우게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이익을 고려한다면 보건(지)소를 확충해 이미 의료법 제34조에 규정돼 있는 의사와 의사 간 원격의료를 제대로 실현하고, 공공의사와 간호사를 늘려 도시 내 거동이 어려운 국민을 위한 방문진료팀을 꾸리는 것이다. 국민 이익 실현,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권능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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