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청년 배달부는 오토바이를 타며 먹고산다. 퀵서비스를 하는 그는 신기에 가까운 운전실력을 갖고 있다. 어느 날 폭주족 단속에 걸렸다. 경찰의 맹추격을 따돌렸다. 이를 계기로 국가정보원과 경찰에 의해 급조된 ‘폭주주의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동맹’(폭로맹)을 이끄는 좌경용공 종북 테러리스트가 돼 버렸다.

전국에 수배령이 떨어졌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에 얼굴이 팔리면서 더 이상 한국에 머물 수 없게 된다. 결국 배달부는 술집에서 일하는 여동생 배달순의 도움으로 필리핀으로 밀항했다.

밀항 과정에서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한 그는 필리핀인의 도움을 받아 밀림으로 들어간다. 의도하지 않게 혁명조직에 가담한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여인 마리자를 만났다. 정착하고 싶었다. 그러나 혁명조직의 리더 알란은 돈과 배신, 살인을 서슴지 않는 테러리스트다.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 배달부는 가까스로 필리핀을 빠져나왔다. 신분세탁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국정원은 그와 여동생, 지인을 엮어 ‘아르오’ 같은 조직도를 그리고 있었다. 여동생과 오붓이 있고 싶을 뿐인데.

장편소설 <배달부 군 망명기>(작가들·1만2천원)는 거칠다. B급 영화가 떠오른다. 블랙코미디라고 해도 괜찮겠다. 작가 조혁신은 “문학성? 철학적 사유? 사실주의? 대중성? 이런 것들은 애초부터 개한테나 던져 줬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시대 하층민을 억압하는 주류사회에 대한 저항과 분노를 통렬한 풍자로 보여 준다. 권력자와 자본가의 추악한 몰골과 이에 기생하는 언론과 지식인을 조롱하면서 자본주의 한국 사회의 맨얼굴을 드러낸다.

“아이들이 가난과 차별 속에서 고통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내가 바라는 진정한 혁명이야.” 마리자가 배달부에게 한 말이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일 게다. 조혁신은 2000년 계간 <작가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뒤집기 한판>(2007년), <삼류가 간다>(2010년)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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