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데 없이 늘 건강했던 아들이 쉬는 날도, 명절도 없이 일하다가 공장 휴게실에서 죽었어요. 그런데도 회사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위로의 말도 없습니다.”

경북 문경시 호계동에서 식당업을 하는 정아무개(49·여)씨. 그는 지난해 10월 숨진 아들 유아무개(사망 당시 21세)씨가 주 68시간 넘게 일하다가 과로사했다며 이달 14일 근로복지공단 구미지사에 업무상재해 신청을 했다. 앞서 12일에는 유씨가 일했던 용역업체 ㅌ기업과 원청업체인 휴대폰 케이스제조업체 ㅈ기업을 근로기준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유씨는 지난해 6월20일부터 ㅌ기업에 취업해 구미 소재 ㅈ기업 공장에서 일했다. 그는 같은해 10월5일 새벽 야간근무를 하던 도중 가슴의 답답함과 메스꺼움을 느꼈다. 소화제를 먹었는데도 좋아지지 않자 공장 내 휴게실에 가서 누웠다. 결국 1시간45분 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동료들이 병원으로 옮겼지만 25분 만에 사망선고를 받았다. “해부학적으로 규명하기 어려운 내적 질환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정씨는 대학 졸업을 한 학기 남겨 놓고 사회생활을 경험하기 위해 취업한 장남이 3개월 만에 숨진 것이 믿기지 않았다. 평소 아픈 곳 없이 건강했고, 질환이 있는 가족도 없었다. 아들이 명절에 집에도 못 올 만큼 일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노조에서 일한다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공인노무사를 소개받았고, 평소 아들이 일했던 공장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정씨의 아들은 말 그대로 “죽을 만큼”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씨가 일했던 원청업체 ㅈ기업은 2주 단위로 주야 12시간 맞교대 근무를 했다. 주간근무에서 야간근무로 바뀔 때는 20시간을, 반대의 경우에는 16시간을 일했다. 지난해 8월에는 단 하루만, 9월에는 3일만 쉬었다. 유씨는 추석연휴에도 특근을 했고, 숨지기 전에는 12주 동안 9일만 쉬었다. 쓰러지기 전 9일간 연속근무를 한 상태였다. 심지어 25일을 연속근무한 적도 있었다. 일주일 동안 평균 68.8시간을 일했다.

ㅈ기업은 물량이 줄어들면 개인별 생산량이 적은 사내하청 직원을 해고했다. 유씨 또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ㅈ기업 관리자가 사내하청 직원들에게 직접 해고통보를 하고 근태관리도 직접 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파견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경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구미지사)는 “과로·스트레스로 인한 급성심장사나 원인불명의 내인성 급사인 청장년급사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고인의 모친인 정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회사를 고발하고 산재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 아들처럼 성실한 젊은이들을 마치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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