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7일 총선을 앞두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노총인 코사투(COSATU) 내부가 심상치 않다. 94년 민주화 이후 집권해 온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지지를 둘러싸고 코사투 내부와 산하 가맹조직들의 치고받는 내분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백인독재체제 아파르트헤이트를 무너뜨리고 94년 민주화를 이뤄 낸 ANC-공산당-코사투 3자 동맹은 초대 대통령 넬슨 만델라의 임기(94~99년)에는 그런대로 굴러갔다. 하지만 99~2008년 타보 음베키 정권을 거치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은 확산됐고 빈부격차와 실업률이 악화됐다.

그 결과 3자 동맹은 훼손됐다. 이는 2007년 12월 ANC 제52차 당대회 지도부 선거에서 타보 음베키측이 패배하고, 공화국 부통령이던 제이콥 주마측이 승리하는 배경이 됐다. 선거 결과 당 최고지도부인 전국집행위원회의 요직을 주마 진영이 차지했다.

ANC 내부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타보 음베키는 임기를 1년 가량 남겨 둔 2008년 9월 대통령을 사임하게 된다. 남아공 대통령은 국회에서 선출되며, 국회의원은 정당비례명부로 뽑힌다. 따라서 국회를 장악한 다수당 대표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ANC는 94년 첫 선거 이후 5년마다 있는 선거에서 70% 안팎의 득표율을 얻었다. 때문에 ANC 안의 권력투쟁에서 밀릴 경우 공화국 대통령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

2007년 12월 ANC 당대회를 앞두고 코사투는 소속 노조간부와 활동가들로 하여금 ANC의 각급 의사결정단위에 진출하도록 독려함으로써 음베키 진영을 밀어내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음베키를 지지했던 코사투 일부 세력은 ANC를 탈당하고 민중회의(COPE)라는 별도의 당을 만들었다(이 당은 2009년 총선에서 7.42%의 지지를 얻어 30석을 확보했다).

하지만 코사투 주류는 공식결의로 ANC 지지를 재차 확인했고, 코사투-ANC-공산당의 3자 동맹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코사투 사무총장 즈웰린지마 바비가 앞장섰다. ANC는 2009년 총선에서 65.9%를 득표해 전체 400석 중 264석을 차지했다. 2004년 총선 득표율 69.7%와 의석수 279석에는 못 미치는 결과였지만 당 대표를 갈아치우는 내홍을 치른 상황에서 선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2009년 총선 결과 음베키 대통령을 밀어내는 데 앞장섰던 제이콥 주마가 공화국 대통령이 됐다. 임기 초기에는 코사투·공산당·ANC 다수파가 모두 만족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밀월은 오래가지 못했다. 정권에 대한 불만과 반발은 주로 코사투에서 터져 나왔다. 주마 정권 역시 빈곤·실업·부패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파견노동을 철폐하고 인력브로커를 근절하라는 코사투의 요구는 무시됐다. 무료였던 고속도로에 통행료를 받겠다는 정책을 정부가 내놓자 노동자와 서민의 불만이 끓어올랐다. 집권 ANC와의 관계를 재정립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공산당이 노동계급의 정당이기는커녕 ‘ANC 2중대’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정부 정책 비판에 코사투 사무총장 바비가 앞장섰고, 최대 조직인 금속노조(NUMSA)가 뒤를 받쳤다.

2014년 총선을 앞두고 3자 동맹 유지를 둘러싸고 코사투 내부가 갈렸다. 위원장인 시두모 들라미니와 금속노조 다음으로 큰 조직인 광산노조(NUM)와 교육보건연합노조(NEHAWU)는 동맹을 유지해야 한다는 흐름을 주도했다.

두 진영의 갈등은 바비 총장이 코사투 사무실에서 여성 직원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지난해 7월 폭로되면서 폭발했다. 해당 여성 활동가가 바비를 강간 혐의로 규율위원회에 제소했다가 철회하면서 그 봉인이 뜯긴 분열사태는 사무총장 직무정지와 직권남용 조사로 이어졌다. 바비 총장에 대한 처벌은 동맹 유지파가 다수를 장악한 코사투 전국집행위원회에서 결정됐다. 이를 바비 총장을 숙청하기 위한 정치음모로 규정한 금속노조를 비롯한 10개 노조는 집행위의 결정이 규약에 어긋난 것이라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총장 진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코사투 특별대의원대회 개최를 요구했다.

하지만 코사투 집행위는 특별대의원대회 개최를 거부했고, 직무정지를 당한 바비 총장과 금속노조는 코사투 집행위 결정 무효소송을 법원에 내는 등 갈등과 분열의 불길은 점점 커졌다.

마침내 금속노조는 지난해 12월20일 특별대의원대회를 열어 ANC와 공산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별도의 사회주의 정당을 건설하기로 결의했다. 더불어 금속노조는 광산노조의 조직대상인 광산과 건설 사업장에서도 조합원 모집을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코사투 내부의 분열은 가맹조직들 사이의 세 대결로 치닫고 있다. 내부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금속노조를 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코사투 안에서 커지고 있다. 금속노조 안에서도 코사투를 탈퇴하고 새로운 노총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90년대 한국 민주노총, 브라질 통일노동자중심(CUT)과 더불어 제3세계 노동운동의 ‘스타’로 떠올랐던 남아공 코사투가 치명적인 조직분열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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