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양성면에 있는 스티커제조업체 레이테크코리아에서 일하는 김아무개(45)씨는 지난 3일 출근한 직후 휴게실과 탈의실로 사용되는 컨테이너 건물에 들어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여성전용 공간인 그곳에 폐쇄회로TV(CCTV) 두 대가 설치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조합원들이 많이 몰려 있는 포장부서와 생산부서에도 3대의 CCTV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에 CCTV 설치에 대한 안내문은 없었고, 회사측은 사전에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분회 여성부장인 김씨는 곧바로 회사 관리자를 찾아가 CCTV 철거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와 그의 동료들은 그날부터 컨테이너 건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데 어떻게 쉬거나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겠냐”고 몸서리쳤다.

노조는 6일 오후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레이테크코리아의 감시카메라 설치와 노동탄압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회사측이 여성 휴게실·탈의실에 CCTV를 설치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다. 법에서 규정한 사전 개별동의 절차도 없었을뿐더러 해당 장소는 CCTV 설치가 아예 금지된 곳이다.

사업장 내 근로자 감시설비 설치시 노사협의를 하도록 한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도 어겼다. 더구나 회사 노사는 지난해 CCTV를 설치할 경우 노조 동의를 받기로 합의까지 했다.

이와 관련해 임아무개(30) 레이테크코리아 대표는 “그곳은 남녀가 모두 이용하는 곳으로 알고 있었고 최근에는 노사 교섭장소로도 이용됐다”며 “노조원들로부터 폭행당할 뻔한 경험이 있어 이를 채증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고 실제 촬영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조현주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탈의실에 CCTV를 설치한 것 자체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기 때문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이테크코리아는 지난해 6월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이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전환하려고 시도한 뒤부터 노사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회사는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자 같은해 9월 조합원들이 많은 생산·포장부서만 서울 신당에서 안성으로 이전했다. 이어 3개월 만인 그해 12월 다시 평택 이전을 발표했다. 올해 1월에는 새해 첫날부터 통근버스를 일방적으로 없애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일방적인 공장 이전과 편의제공 중단, 감시카메라 설치 등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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