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ㆍ8 여성의 날 공동기획단 주최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간제 일자리 문제점과 현실 토론회에서 이민영 공공운수노조ㆍ연맹 예술강사지부 조합원이 사례를 증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5일 학교에 갔는데 무기계약직 전환을 포기하고 주 14시간 초단시간 계약서를 다시 쓰든가 아니면 돌아가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엄마고 일하는 여성이고 자격증 가진 돌봄전담사(돌봄강사)인데 아무 것도 보장 못 받는 현실이 너무 막막합니다.”

이선미(39·가명)씨는 결국 눈물을 쏟았다. 그는 경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오후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비정규직 강사다. 지난해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자임에도 경북교육청의 지침에 의해 주 14시간으로 줄어든 계약을 맺어야 했다. 그는 올해 다시 돌아온 주 14시간 초단시간 계약서 재계약을 거부하고 있다. 이씨는 “종일근무반 강사들은 아예 해고가 됐다”며 “교육청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막으려 시간제 일자리를 악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제106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공동기획단이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시간제 일자리 문제점과 현실’ 토론회 및 증언대회에 참석한 여성노동자들은 “비자발적 시간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성토했다. 시간제 일자리가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거나 기형적으로 운영돼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학교·마트·정부기관 시간제 일자리 강요”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다양한 시간제 일자리 사례가 쏟아졌다. 김진숙 홈플러스노조 서울본부장은 “근무스케줄이 8시간30분은 매장에 있게끔 짜여 있고 실제 그 이상 일하고 있음에도 시급은 7.5시간만 인정됐다”며 “법정근로시간을 넘겨 일해도 연장근로수당은 못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급여가 적으니 다들 8시간 일하거나 아니면 아예 짧게 일해 투잡을 뛰고 싶어하는데 둘 다 허용되지 않는다”며 “40~50대 여성노동자들에게 시간제 일자리는 선택이 아니라 일방적·차별적으로 주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에서 국악수업을 진행하는 예술강사 이진숙(43)씨는 “우리는 10개월 단기계약, 주당 15시간 미만 수업지침에 의해 적은 급여뿐 아니라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에서 제외되고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같이 시간제 일자리의 문제점이 심각한데도 정부가 시간제 공무원을 강제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윤선문 전국공무원노조 정책실장은 “기존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들의 불평등 문제에도 정부는 시간제 공무원 채용인원을 강제 할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 정책과 시간제 공무원 적합업무가 단순 민원업무인 점을 보면 여성이 주로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는 공직사회를 전일제-시간제, 핵심업무-비핵심업무, 남성-여성으로 이중구조화해 양극화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간제 여성노동자 36.8% 최저임금도 못 받아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시간제 노동자는 175만명으로 10년 사이 두 배로 늘었다. 이 중 73.1%가 여성이다. 연령별로 살펴봤을 때 30대(17.1%)에서 40대(19.5%)로 갈 때 시간제 노동자의 비율이 급증했다. 경력단절 여성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경우 갖게 되는 일자리는 대부분 시간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수준은 열악했다. 시간제 여성노동자 셋 중 하나(36.8%)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근로기준법과 고용보험법 등 사회보험법 일부는 주 15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시간제 노동자의 25.1%(44만명)가 주 15시간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가 사회보장에서 배제돼 있는 셈이다.

남우근 정책위원은 “전일제 대비 60~70% 임금보장 등 보다 두터운 보호와 전일제-시간제 전환의 자유, 사회보험 적용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문제를 방기하고 시간제 일자리만 확대하면 결국 양극화만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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