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희 기자

“오랫동안 안갯속을 헤매다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조금씩 길을 찾아가는 느낌이에요.”(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노동자에 무차별로 가해지는 손해배상·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의 출범식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민청 이벤트홀에서 열렸다.

김득중 지부장은 “이런 모임이 생겨 고맙다”며 웃었다. 그러나 얼굴이 밝지는 않았다. 그의 앞에 전시된 '금속노조 KEC지회 156억원' 등 여러 노조들의 손배·가압류 현황 때문이었다. "우리 외에도 이렇게 많아요. 당장 이달 월급을 빼앗아 가고 생계를 뒤흔드는 뼈저린 고통이죠. 사회적 연대로 꼭 해결하길 바라요."

지난해부터 연이은 천문학적인 손배·가압류 판결이 ‘손잡고’ 결성의 계기가 됐다. 쌍용차지부가 158억원, 철도노조가 22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당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17개 노조에 제기된 손배·가압류 금액은 모두 1천433여억원이다.

이에 대해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뜻이 모였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교양학부)·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은수미 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달 24일 준비모임을 연 후 법조인·예술인·언론인 등 각계 450명의 제안자가 손을 모았다. 수많은 시민들의 손도 모였다.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 지원을 위해 ‘손잡고’와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한 ‘노란봉투’ 모금 프로젝트 결과 15일 만에 4억5천만원이 모였다.

이날 출범식에는 제안자들과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들이 참석했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조합원 186명이 코레일로부터 개별적으로 받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장을 모아 왔다. 김 위원장은 "코레일은 노조 조합비를 가압류 조치해 노조활동과 해고자 생계지원을 막더니 급기야는 조합원 개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그 가족까지 파탄 내려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결국 손배·가압류는 노조 하면 패가망신시킨다는 협박수단"이라고 비판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이 말살된 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적어도 이런 문제만큼은 해결해야 한다”며 “‘손잡고’는 단순히 돈을 대신 갚아주는 게 아니라 손배·가압류 관련 법과 제도를 바꿔 낼 것”이라고 밝혔다.

‘손잡고’는 앞으로 법·제도 개정·피해자 지원·캠페인·토론회 등 사회적 공론화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국회에 법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권 릴레이 판매·토크 콘서트 등도 준비하고 있다.

한홍구 교수는 “이러한 연대는 노동운동과 더불어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확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70년대 YH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힘이 된 것처럼 한국의 민주화는 노동운동에 큰 빚을 지고 있다"며 "그동안 분리됐던 시민과 노동이 함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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