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광토건에서 15년째 일한 김아무개(49) 과장은 지난달 24일 회사 공고문을 본 뒤 한 달째 충격에 빠져 있다. 회사가 노사합의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대상자 19명에 자신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노사는 공고문이 게재된 당일 “정리해고에 갈음하는 6개월 유급휴직과 6개월 무급휴직 후 면직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그런데 회사는 김 과장을 포함한 대상자들에게 휴직서 제출과 함께 1년 후 회사를 그만둔다는 내용을 담은 사직서 제출을 요구했다. 김 과장은 “합리적인 기준 없이 구조조정 대상자가 된 것도 억울한데 회사가 사직서 제출까지 요구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회사가 불응시 강제로 해고한다고 압박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직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24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법정관리에 놓여 있는 남광토건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강압적인 방식을 사용해 노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남광토건은 법정관리 이후 희망퇴직과 노사합의에 이은 두 차례 구조조정을 통해 150여명의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남광토건이 현재 진행 중인 2차 구조조정과 관련해 대상자들에게 노사합의와 배치되는 사직서 제출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김 과장은 “노사합의에는 12개월 후 면직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도 사측은 사직서 강요로 1년 후 해고를 기정사실화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노사합의 당사자인 남광토건노조(위원장 배상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규약을 변경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관련한 1차 노사합의가 있던 지난해 8월 “휴직자 또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에 갈음하는 휴직자(유급 및 무급)에 대해, 휴직인사 명령 일부터 복직 일까지 조합원의 자격을 정지한다”는 규약을 신설했다.

전슬기 노무사(토마토노무법인)는 “해당 노조가 새로 만든 규약은 헌법 33조에 보장된 근로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무효에 해당한다”며 “조합원을 보호해야 하는 노조가 사측과 정리해고에 갈음하는 휴직에 합의하고 휴직자의 조합원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배상준 위원장은 “새로 만든 규약은 없다”고 규약개정 사실을 부인했다. 그런데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지난해 8월23일자 노조 공고문에는 해당 규약개정을 안내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남광토건 관계자는 "경영상 이유가 있기 때문에 대상자들을 당장 정리해고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휴직기간을 준 것 자체가 근로자들을 배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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