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련
드르륵, 쿵쿵. 공장의 요란한 기계음 사이로 "어이쿠" 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목장갑을 낀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의 손에서 기계에 끼워 넣어야 할 부품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조심하세요."

"손에 익지 않은 일이라 그런지 쉽지 않네요." 김 위원장의 손길이 더욱 분주해졌다.

20일 오전 8시 김 위원장은 인천 주안산업단지에 위치한 린나이코리아 가정용 보일러 생산라인으로 출근했다. 금속노련이 올해 처음 실시하는 '위원장 1일 현장체험'을 위해서다.

'현장 속으로'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김 위원장은 현장 노동자의 고충을 직접 듣고 연맹과 현장 간 일체감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위원장 1일 현장체험' 사업을 기획했다. 린나이코리아를 시작으로 분기마다 현장을 찾아 체험 활동을 한다.

김 위원장이 이날 찾은 린나이코리아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가스기기 생산업체다. 1976년 처음으로 가스레인지를 선보인 데 이어 87년 가스보일러를 출시했다. 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주경기장 성화대도 만들었다.

린나이코리아는 가스레인지와 가스보일러·업소용 가스기구를 생산하는 3개 공장을 모두 인천에 두고 있다. 950여명의 노동자가 일한다. 이 중 361명의 조합원이 금속노련 린나이코리아노조에 가입해 있다.

김제곤 린나이코리아노조 위원장은 매일 오전 7시 회사 정문에서 출근하는 조합원들을 맞이한다. 회사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으로 꼽힌다. 이날 김만재 위원장의 출근길을 가장 처음 맞이한 이도 김제곤 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가정용 보일러의 핵심부품인 열교환기 생산라인(2공장)에 투입됐다. 열교환기는 보일러에 공급되는 찬물을 뜨거운 물로 바꿔 주는 역할을 한다. 2공장은 자동화 시스템이 상당 부분 도입돼 있어 사람의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작업이 많다. 김 위원장은 포크 같이 생긴 갈고리에 8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헥스핀(Hex Fin) 52개를 차곡차곡 끼우는 일을 맡았다. 얼핏 보기엔 구멍에 끼우기만 하면 되는 단순작업 같지만 앞뒤와 좌우를 제대로 맞춰야 하는 정밀작업이다. 잠시도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서툴던 김 위원장의 손길이 한 시간이 지나자 제법 능숙해졌다.

"위원장님, 임기 끝나면 여기 취직해도 되겠어요."

2공장 생산팀 총괄 책임자 김성수씨가 농담을 던졌다. 김 위원장은 "이왕이면 먼지 폴폴 날리고 힘든 생산라인으로 보내 달라"고 웃었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린나이코리아노조 사무실에서 김만재 위원장과 김제곤 위원장, 이인철 생산본부장이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들고 마주 앉았다. 린나이코리아 노사는 다음달부터 올해 임금협상에 들어간다. 주요 이슈는 역시나 통상임금이다. 시간제 노동자 채용 문제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김만재 위원장은 "현장을 돌아보지 않고 노동운동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짧은 시간이지만 땀 흘리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듣고 느낀 문제를 연맹의 정책적·조직적 과제로 삼아 하나하나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소용 가스기기 생산라인이 있는 3공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날 오후 5시까지 현장체험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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