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인재경영컨설팅)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541493 정년확인청구의소

글을 시작하며

2013년 법제화된 정년 60세 의무화가 2년 후인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부터 우선 적용된다. 그리고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에는 이보다 1년 늦은 2017년부터 적용된다. 이러한 정년연장을 둘러싸고 임금피크제 도입·정년연장 적용방법 등 다양한 쟁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개별 근로자들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다른 문제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 하나가 정년이 도대체 언제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년 60세는 60세가 종료되는 날이 아니라 60세 도달하는 날로 본다.

물론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별도로 정한 날이 있다면 그 날이 정년이 될 것이다. 대개 정년이 도달한 달의 말이나 분기 말, 반기 말, 연도 말 등으로 정한 경우가 많다.

만약 이렇게 별도로 정한 바가 없다면 우울하게도 생일날 정년을 맞게 된다. 여기서 다시 정년을 산정하는 생년월일은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 생년월일인지 아니면 입사시 표기된 생년월일이 기준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입사시 표기된 생년월일과 실제 생년월일이 동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발생한다.

그럴 경우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가능하다. 우선 근로계약 체결 당시 사용자의 청약과 근로자의 응낙의 기준이 된 생년월일은 입사서류에 기재한 생년월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입사시 기재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2005. 11. 18, 근로기준팀-1242)이 있다. 이어 민법이나 근로기준법에 생년월일에 대해 특별하게 정하지 않고, 관련 규정에도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한 바가 없으며 주민등록상 생년월일 변경이 인사기록의 변경이 가능하다면 가족관계 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 중 기본증명서에 기재된 실제의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대법2008두21300, 2009. 3. 26)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노년층을 중심으로 실제 생년월일과 국가가 관리하는 가족관계등록부나 주민등록상의 생년월일이 다른 경우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 살펴볼 판례가 이러한 정년산정의 기준이 되는 생년월일은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입사 후 법원의 판결에 따라 생년월일이 변경되는 경우 실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변경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다.

정년산정시 생년월일 기준은 실제 생년월일 vs 입사시 표기된 생년월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생년월일은 가족관계등록부나 주민등록상의 생년월일이다. 주민등록번호에는 이러한 생년월일의 정보가 들어 있으며 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절차상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즉 생년월일을 개인이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 공식적인 부분에서는 주민등록번호상 생년월일이 사용된다. 입사지원서류에 기재되는 생년월일도 주민등록번호상의 생년월일을 사용한다.

이번 판례의 사건 경위는 간단하다. 입사 당시 생년월일을 1955년 8월10일로 기재하고 거기에 따라 인사정보가 관리되던 노동자(원고)가 실제 생년월일과 가족관계등록부의 생년월일이 다르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2012년 7월2일 이를 허가해 생년월일이 1957년 12월25일로 변경됐다.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생년월일이 정정되자 거기에 따라 주민등록번호도 정정됐고, 원고는 2012년 7월 회사(피고)에 변경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인사기록상 주민등록번호 및 정년퇴직예정일을 정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인사담당직원은 변경된 주민등록번호와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정년퇴직 예정일도 2013년 9월30일에서 2016년 3월31일로 정정했다.

여기까지의 진행과정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후 2013년 7월 피고가 다시 원고의 주민등록번호와 정년퇴직예정일을 정정 전 주민등록번호를 기준으로 재수정을 했다. 원고가 이에 대해 2013년 9월6일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같은해 9월12일 관련 규정을 “법원의 판결 또는 행정관서의 직권정정 등으로 생년월일이 정정되더라도 인사기록상의 생년월일과 정년퇴직일은 변경할 수 없다”고 개정하고 이를 원고도 적용된다고 주장하며 생년월일이 변경돼 정년이 연장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정년을 산정해야 한다

생년월일 정정에 따른 정년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입사시 표시된 생년월일이 잘못 등재돼 그 후 실제에 맞게 바로잡았다면 입사시 기재된 생년월일만을 기준으로 정년퇴직 처분한 것은 무효’(대법92다11824, 1992. 7. 28)며, ‘정년 시점에서 호적 정정을 한 후 정정된 호적상의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정년의 연장을 요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대법2008두21300, 2009. 3.26)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정년의 기준이 되는 생년월일에 대해서 별도의 정함이 없다면 실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 사건에서도 정년산정을 위한 생년월일을 실제의 생년월일로 삼기로 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근거로 ①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인사기록 작성 ② 변경정보에 대한 신고 또는 서류제출 요구 규정 ③ 실제 정정 요청시 이를 일시적으로 수용 기록을 정정한 사실 ④ 고령 기재로 혜택을 입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 정년제의 성격상 정년은 육체적·정신적 능력을 제대로 반영해야 하며 이는 실제의 연령을 기준으로 함이 타당하다는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합리적인 근거를 통한 타당한 판단이다.

실제 생년월일로 정정하는 것을 봉쇄하는 취업규칙 변경의 불이익 여부

또 하나의 문제는 피고가 개정한 취업규칙 변경의 불이익 여부다. 소가 제기되자 피고는 인사관리 규정을 개정해 “법원의 판결 또는 행정관서의 직권 정정 등으로 생년월일이 정정되더라도 인사기록상의 생년월일과 정년퇴직일은 변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부칙에 “위 규정은 규정 시행일 이전에 생년월일이 정정됐으나 인사기록상의 생년월일과 정년퇴직일이 변경되지 않은 자에 대해서도 적용한다”라고 소급적용까지 두고 있다.

이러한 규정 개정은 원고를 의도적으로 겨냥한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며, 특히 소급적용시킨 것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의 신뢰 및 기득의 이익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원고에게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정년 60세 연장을 둘러싸고 유사한 형태의 규정 개정이 다른 조직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거의 대부분의 조직이 정년 퇴직일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그 기준이 되는 생년월일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정한 바가 없다.

이 경우 실제 생년월일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사항이 변경될 경우 이를 반영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나, 원고의 경우처럼 이러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할 것이다.

판결문에서도 “생년월일이 기존 생년월일보다 늦게 정정되는 근로자에 대해 실제 생년월일을 기초로 한 정년산정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어서 개별 근로자의 권리 내지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점”과 “취업규칙을 원고에 대해 불이익하게 변경”한다고 언급하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가능성을 전혀 배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 위반에 따른 해당 규정의 효력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원고 외에도 다른 근로자들도 실제 생년월일로 정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원고뿐만 아니라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불이익한 변경으로 보는 것이 근로조건 보호 원칙에도 타당할 것이지만 판결은 거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글을 마치며

이번 판결은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시적인 차원의 쟁점인 생년월일의 기준이 무엇인지, 그의 변경이 가능한지, 또는 변경 가능성을 차단한 규정 개정이 불이익 변경인지 등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과 기준을 제시해 줬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이제 정년연장을 둘러싼 쟁점은 총론이나 공중전이 아니라 현장에서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관련 규정을 점검해 불이익한 변경을 함부로 시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년이라는 중요한 근로조건과 관련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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