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로 볼 수 없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3일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88관광개발이 국가보훈처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88CC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캐디 41명이 “제명 및 출장유보 등 징계를 철회하라”며 낸 부당징계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88CC는 2008년 9월 골프장측의 경기진행 재촉에 항의한 여성노조 88CC분회 조합원 1명에게 출장유보 처분을 내렸다. 다른 조합원들이 항의하자 골프장측은 무단결장과 영업방해를 이유로 조합원 4명에게 제명 처분을, 나머지 37명에게 출장유보 처분을 각각 내렸다. 무기한 출장유보는 경기보조원이 경기장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해고다.

해당 조합원들은 “출장유보 처분은 무효이며 복직 때까지 임금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며 소송에 나섰다. 반면 골프장측은 “경기보조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고, 아무런 법률관계가 없으므로 캐디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캐디들이 어느 정도의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골프장측에 노무를 제공했으나, 캐디의 주된 노무인 경기보조서비스 용역의 상대방은 캐디피를 직접 지급하는 골프장 이용객”이라며 “캐디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골프장측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노조법상 근로자의 경우 직접적인 근로계약의 존재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며 “캐디들이 골프장에 전속돼 경기보조업무를 수행해 왔고, 캐디와 골프장측이 단체협약과 노동쟁의 조정절차를 거쳐 온 점 등에 비춰 볼 때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의 배경이 된 징계사건에 대해서는 “징계양정이 심히 부당하고, 이 사건 출장유보 처분은 캐디들의 노조활동을 지배·개입하려는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노동자측을 법률대리한 오윤식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과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을 동일한 것으로 보는 것이 대법원의 주류적 태도인데, 이번 판결은 이 같은 흐름에 역행했다”고 아쉬워했다. 법원의 판단을 통한 특수고용노동자 문제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오 변호사는 “골프장 운영자가 내린 징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이 본 사건의 내용인데, 법률관계가 없는 골프장 운영자가 캐디에게 징계를 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라며 “대법원이 이 같은 모순된 상황을 판결로 인정한 것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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