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해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다. 통상임금이 무엇이라고 판결했다. 같은날 판결 선고와 함께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판결에서 판시한 통상임금이 무엇이라고 자세히 해설했다. 그리고 이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학술토론회들이 지난 1월 잇달아 열렸다. 학자들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밝힌 통상임금은 무엇이라고 해설하고 그 과제를 제시했다. 지난달 23일에는 고용노동부가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발표했다.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판시한 통상임금이 무엇이라고 해설하고서 그에 따른 통상임금에 관한 고용노동부의 지침이었다. 이제 통상임금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기로 무엇이라고 규명된 것이어야 했다. 지난해 12월18일 이전과 이후는 분명히 통상임금의 이해도는 다른 것이어야 했다. 그런데 오늘 통상임금은 과연 무엇일까. 12일 또 다른 통상임금에 관한 학술토론회에서 발표해야 하는 발제자로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물음이다.

2. 대한민국에서 통상임금은 신비한 무엇이었다. 근로기준법은 법정수당의 지급기준인 임금제도를 통상임금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퇴직금 등의 지급기준 임금제도인 평균임금과 달랐다. 임금과 평균임금은 법이 직접 정의규정을 두고 있고, 특히 평균임금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그 산정기준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과는 달랐다. 즉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하고(제2조 제1항 제5호), 평균임금을 “이를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한다고(제6호)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통상임금에 관해서는 정의하고 있지 않다. 그저 통상임금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통상임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평균임금처럼 산정기준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근로기준법은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연장·야간·휴일 등 근로의 대가 임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제56조) 통상임금이 그 산정기준 등으로 무엇이라고는 정하고 있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법은 일반 국민의 언어가 아니었다. 고도로 추상화된 개념으로 구성돼 있다.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인 근로기준법의 언어도 마찬가지다. 일반 국민이, 노동자가 이해할 수 있는 법규정이 아니다. 일반 국민이 아닌 그들이 해설해 줘야 할 언어다. 근로기준법 스스로 정의하고 있는 임금, 평균임금조차도 ‘근로의 대가’ 등 그 정의규정의 해석이 필요했다. 이를 두고서 법해석 기술자인 노동법학자·법원의 판사·고용노동부 관료가 근로기준법의 임금, 평균임금을 해설해서 노동법 교과서와 논문을 쓰고, 판결하고 행정해석해서 법을 집행했다. 그럼에도 근로의 대가를 두고서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니 통상임금은 더욱 그랬다. 그 법의 언어를 해석해서 집행해야 하는데 도대체가 무엇인지 법은 정의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을 노래하는 자들이 있다. 주술사다. 주술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신비화해서 주술사의 노래에 따라 사람들을 춤추게 한다. 주술은 사물을 신비화하는 노래이지 신비화된 사물의 법칙은 아니다. 통상임금은 신비화됐다. 거기서 법원의 판례로 노동자의 임금권리를 재단하고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를 선언했다.

3.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의 노래였다. 그것이 통상임금의 요건이라고 해설하고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라고 판결했다. 연장·야간·휴일 등 근로의 대가 임금, 법정수당은 이 노래가락에 따라 춤을 췄다. 처음부터 이것들이 통상임금의 노래는 아니었다. 1978년 10월10일 대법원은 “실제 근무일수나 실제 수령한 임금에 구애됨이 없이 고정적이고 평균적인 일반임금”이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했다. 그 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해진 시간급금액·일급금액·주급금액·월급금액 또는 도급금액”이라고 1982년 8월13일 통상임금 정의규정이 도입됐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이 통상임금 정의규정이 도입된 이후 대법원은 이를 반영해서 통상임금을 정의했다. 그렇다고 근로기준법 시행령대로 정의하지는 않고, 여기에 이미 대법원이 통상임금을 정의하면서 사용했던 고정성을 추가해서 통상임금을 파악해서 정의했다. 그래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어떤 임금항목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됐다. 이후 어떤 임금이 과연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충족하는 것인지에 관해서 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를 두고서 다투어졌고 판례는 이를 규명하는데 집중됐다. 그리고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새로이 이 개념들을 정리하면서 그에 따라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또한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상임금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의 노래라는 것을 재확인하고서 그 노래를 불렀다. 그러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도 통상임금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문제다. 분명히 어느 개념도 근로기준법은 통상임금의 개념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지금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는 자신의 어떤 임금이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에 해당하는지 따져야 한다. 그것으로 법정수당 산정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인지 알 수가 있다. 근로기준법이 대통령령에서 통상임금을 정의하도록 위임하지 않았음에도 시행령은 통상임금을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임금으로 규정하고, 이 시행령조차도 통상임금의 개념으로 규정하지 않은 개념인 고정성까지 추가해서 대법원은 통상임금을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고정적인 임금이라고 판결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에 의해서 파악돼야 하고 그걸 제한하는 시행령은 효력이 인정될 수가 없다. 통상임금에 관한 시행령의 정의규정은 고작해야 근로기준법에 의해서 파악되는 통상임금을 설명하는데 그쳐야만 법령으로서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니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에 의해서 규명돼야 한다. 시행령에 의해서 근로기준법의 통상임금을 규명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4. 오늘도 통상임금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라는 대법원 판례의 주술이 행해지고 있다. 그리고 학자들은 그 개념들을 해설하기에 바쁘다. 도대체가 근로기준법이 통상임금의 요건이거나 개념적 징표라고 하지 않는 개념요소를 통상임금을 규정짓는다고 판결하고 해설하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통상임금의 근본문제는 통상임금을 주술로 바라볼 것이냐 아니면 근로기준법에 의해서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과학으로 바라볼 것이냐 하는 것이다.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요건 내지 개념적 징표로 바라보고 이를 규명하려고 하는 순간 그것은 노동자에게 임금권리를 주는 주술사의 주술이 된다.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요건 내지 개념적 징표로 파악하지 않고서 근로기준법의 통상임금을 규명하기 위해 나서야만 통상임금을 더 이상 주술이 아닌 과학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법학은 주술이 아니다. 아무리 사용자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노동법학은 과학적인 법해석을 바탕으로 전개돼야 한다. 사물의 본질을 망각하고서, 그 사물에 붙여 놓은 관념들을 가지고 사물을 해석하고 규명하려고 하는 순간 과학은 주술이 되고 만다.

5. 사실은 통상임금 문제는 근본적으로 본다면 법정수당, 즉 법정외근로에서 자신의 임금권리를 주장해서 쟁취해 내지 못한 이 나라 노동자들, 그리고 노동자단체인 노동조합에게 큰 책임이 있다. 법이 통상임금에 관해 분명히 정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법정외근로는 법정근로를 할 때 지급받는 일체의 임금 이상을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바에 따라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받을 수 있도록 요구해서 근로계약서와 단체협약서에서 정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다. 법원의 판례가 판시한 대로 그것이 자신의 임금권리라고 통상임금을 수용했다. 그마저도 많은 사업장에서 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용노동부 예규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자신의 임금권리로 받아들였다. 노동법학자의 학설은 기껏해야 법원의 판례의 의미를 탐구해서 그것을 해설하는 것에 그쳤으니 노동법 교과서를 통해서도 노동자들은 판례 이상으로 통상임금을 파악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법정외근로에서 자신의 임금권리를 확보해야 하는 노동자, 그리고 노동조합은 통상임금의 주술에 현혹돼서 자신의 근로의 권리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는 통상임금의 주술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러나 2014년 2월 오늘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는 여전히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라는 통상임금의 주술의 장단에 따라 춤추고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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