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8.23 수 11:42
상단여백
HOME 기획연재 기획
[월요기획-청년유니온 ‘술자리 톡톡톡’] “청년노동은 귀엽고 아기자기? 조직·역량·힘 키우겠다”3기 집행부 이달 22일 출범 … 청년유니온 성과와 과제, 내셔널센터 가입 등 솔직한 입장 밝혀
   
 

한국 사회가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2010년께 청년유니온이 설립됐다. 청년유니온(위원장 한지혜)은 청년문제의 본질은 ‘성장통’이 아니라 청년이 ‘노동의 권리’를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22일 3기 집행부 출범을 앞둔 청년유니온은 설립 이후 만 4년간 쉼 없이 달려왔다. 양대 노총의 관심 밖이었던 아르바이트·청년인턴 문제에 대해 청년유니온은 현미경을 들이댔다. 흥행에도 성공했다. 청년노동 문제에 있어 청년유니온은 언론의 주요 취재원이었고, 시민·사회단체는 청년유니온을 지지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 칼럼에서 “한국 노동운동의 희망”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설립 5년째를 맞은 청년유니온을 바라보는 시각은 양면적이다. 세대별 노조를 표방하고 출범했지만 사건과 투쟁을 조직하지 못해 노조보다 사회단체 같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슈파이팅과 교육사업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은 노조로서 생각해 볼 문제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3기 출범을 앞둔 청년유니온은 “이젠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며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지금까지 청년유니온의 노동운동을 '발랄하고 신선한' 청년의 운동으로 소비한 것은 노동계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이었다.

그런 탓에 청년유니온의 진지한 고민을 들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한지혜 위원장이 그리는 청년유니온의 미래는 “청년유니온의 발전적 해체”다. 청년세대 노동이든 기성세대 노동이든 노동의 속성은 같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언젠가 청년노동이 청년세대의 특수한 노동으로 인식되지 않을 때 청년유니온을 해체하고, 산별·기업별 노조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단 조건이 있다. 실업자와 구직자, 알바생도 함께 말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6일 저녁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청년유니온 관계자들과 ‘술자리 간담회’를 가졌다. 3시간에 걸친 이날 간담회에서 청년유니온 1~2기 주역들은 그간 묻지 않아 굳이 말하지 않았던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다. 간담회에는 청년유니온 2기를 이끈 한지혜(29) 위원장과 양호경(31) 정책팀장, 청년유니온 대의원인 강언주(28) 정보공개센터 간사와 1기 정책팀장을 맡았던 조성주(35) 서울시 노동전문관이 함께했다.

“퉁치고 넘어가던 노동법, 인식하기 시작”

사회 : 요즘은 간담회를 하기 전에 이른바 깔때기(자기자랑)를 들이대고 시작한다. 청년유니온 설립 이후 4년의 성과에 대해 말해 달라.

한지혜 : 청년노동을 바라보는 의식이 달라졌다. 서비스업종에서 노동의 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우는 다소 나아졌다. 청년노동자들은 편의점에서 일을 해도 잠깐 하고 그만두는 알바가 아닌 노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 한지혜


조성주 : 인터넷을 하다 보면 최저임금도 안 주는 곳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청년유니온이 설립됐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2010년 최저임금 조사를 나가면 알바생마저도 “최저임금 때문에 알바하는 거 아니다”고 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최저임금을 위반했다는 기사에 악플이 달린다. 이런 것을 보면 청년유니온이 작게나마 일조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부심을 느낀다.

한지혜 : 카페베네 주휴수당을 받아 낸 것을 유의미한 성과로 꼽는다. 당시 조합원이 아닌 직원들도 주휴수당을 받게 됐다. 비조합원 청년들도 같이 적용받는 교섭 형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양호경 : 공감한다. 카페베네가 이슈가 된 후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노무 관련 컨설팅을 받는 추세다. 사업주도 법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청년유니온 조합원이 그만둔 뒤) 노조가 없다 보니 또 안 주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현장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노조가 있어야 한다. 바꿨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감시가 가능하도록 노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카페베네 직원들의 체불된 주휴수당을 받아 낸 것과 도미노피자 30분 배달제를 폐지한 것은 청년유니온이 만든 주요 성과다. 당시 카페베네와 도미노피자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를 통해 알바생도 노동법을 적용받고, 체불된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조성주 : 청년유니온 1기 때는 노동상담이 많지 않았다. 2기 들어 노동상담 사례가 쌓일 정도로 엄청 늘었다. 그 덕에 노동상담팀은 새벽 1시에도 편의점 알바생들로부터 상담전화를 받는다.

‘좋은 게 좋다’며 유야무야 넘어갔던 영세사업자와 알았든 몰랐든 간에 속절없이 당했던 알바생이 노동법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강언주 : 서울시와 사회적 교섭을 한 것을 성과로 보고 있다. 청년문제를 두고, 노조와 공공기관이 한 테이블에서 논의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박원순 시장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도 있다. 최근 지자체의 흐름을 보면 서울시가 한 것을 다른 지자체가 따라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시 말해 다른 지자체에서도 사회적 교섭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조성주 : 꿈같은 일이었다. 사회적 교섭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청년유니온이 가야 할 길이라고 본다.
   
▲ 정기훈 기자

“청년유니온, 알바문제만 대변하지 않아”

노동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조차 청년유니온과 아르바이트노조(위원장 구교현)의 차이를 잘 모른다. 게다가 청년유니온의 히트상품은 알바에 관련된 것이 많다.

청년유니온은 청년세대 노조다. 조합원은 1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알바생·청년인턴·정규직·비정규직이 고루 분포해 있다. 만 39세가 지나면 조합원은 후원회원으로 바뀐다. 아르바이트노조와 차별화하는 것은 청년유니온 3기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조성주 : 1기는 언론이 관심을 가질 알바문제를 중심으로 이슈파이팅을 했다. 청년유니온이 알바 노동만 대변하는 것 같은 각인효과를 만든 측면이 있지만 청년유니온을 알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청년유니온 2기는 알바문제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
   
▲ 양호경

양호경 : 청년유니온이 알바만 대변한다는 각인효과를 만든 것은 언론이다. 2기 때는 토익을 주관하는 YBM의 불공정행위와 학원강사 근무환경 처우 등 다양한 문제제기를 했다. 언론이 공단 하청노동자의 노동현실보다 알바문제가 다루기 쉽고, 독자들이 재미있어 하니까 다룬 것 같다.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인상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최저임금을 알바문제로만 보는 것은 좁은 시각이다. 최저임금 투쟁을 했던 청년단체는 없었다. 학생운동권과 청년단체는 최저임금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진보정당도 그렇다. 진보정당은 진보적인 성향의 청년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 : 정치 이야기가 나왔으니 민주당과 진보정당과의 관계가 궁금하다.

한지혜 : 청년이 겪고 있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부르는 곳은 대부분 달려갔다. 하지만 민주당이 불러서 간 곳만 언론매체에 나오다 보니 청년유니온이 마치 민주당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양호경 : 조합원 중에는 진보정당 지지자들이 많다. 집행부에도 진보정당 당원과 비당원이 반반이다. 현재 청년유니온 내부에 정당에 대한 원칙이 없는 상태다. 청년문제를 해결하려면 함께 모여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같이하는 것이다.

조성주 : 개인적으로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청년유니온이 갖고 있는 소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세력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문제를 진정성 있게 해결할 의지가 있는 정당이라면 어떤 정당과도 함께할 수 있다. 운동하는 사람에게 정치는 기피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을 떨쳐 버려야 한다.

사회 : 정치권이 선거 때만 되면 청년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 청년유니온이 이용당할 수도 있는데.

한지혜 : 이용당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에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얘기하고 있다. 최근 해결책이 하나둘 나오고 집행되는 모습이 보인다.
   
▲ 정기훈 기자

“목표는 독자적인 내셔널센터로 가는 것”

청년유니온은 상급단체가 없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공식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적이 없다. 청년유니온은 독자노선을 택하고 있다. 정체성 차이와 전략적인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청년유니온은 양대 노총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는 하나”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민주노총 선배”, “한국노총 선배”라고 불렀다.

사회 : 내셔널센터에 들어갈 생각은 없나.

양호경 : 민주노총이 청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청년유니온도 산하 조직으로서 권한이 있다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내셔널센터의 자원이 청년 노동운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4~5년은 힘들 것 같다.
   
▲ 강언주

조성주 : 생각이 좀 다르다. 민주노총에 가입한다면 지금이 적기가 아닐까 싶다.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언젠가 상급단체가 필요한 때가 온다. 청년유니온만의 독자적인 내셔널센터를 만들면 좋겠지만 힘들지 않나. 청년유니온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최대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면 내셔널센터에 가입할 수 있다고 본다.

강언주 : 내셔널센터로 들어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을 계산하면 비슷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청년유니온을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운동하는 조직으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청년유니온은 단순히 예쁘게만 운동하는 곳이 아니다. 프로페셔널한 부분도 많다.

한지혜 : (경찰의 민주노총 난입 당시) 경찰이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생중계를 보면서 역시 선배들한테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쉬운 점은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나 청년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청년유니온이 노동자위원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양대 노총이 청년유니온을 노동운동을 하는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타적이었다. 그래도 노동자대회나 집회에서 "청년유니온도 왔습니다"고 소개해 주면 조합원들이 좋아한다.

조성주 : 민주노총 한 간부가 김영경 1기 위원장의 손을 펴 보라고 하더니, 기름때가 안 묻은 애가 무슨 노동운동이냐고 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양호경 :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선배들이 헌신한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청년유니온도 노동운동을 하고 있다. 청년들도 현장에서 열심히 싸운다. 청년들이 겪고 있는 노동문제를 가볍게 넘기기 힘들다. 청년유니온이 노동운동의 후배로서 민주노총을 짝사랑하는 것 같다.

조성주 : 맞다. 우리는 짝사랑을 하는데, 민주노총이 우리를 거부하는 것 같다. 늘 민주노총에 대한 존경과 동경을 갖고 있다. 더 사랑한 만큼 더 큰 상처를 받았다. 한국노총은 청년유니온 설립 초창기부터 청년유니온이 궁금하다며 찾아왔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연대도 많이 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보건의료노조의 도움도 힘이 됐다. 친정처럼 가깝다. 총연맹이라고 하면 정치적으로 부여되는 의미가 복잡해진다. 차라리 쿨하게 일로 만나고, 서로 성과를 내면 좋을 것 같다.

“조직역량·투쟁동력 키우겠다”

청년유니온은 이기는 싸움만 한다. 승리의 경험이 귀한 노동운동에서 청년유니온은 크고 작은 승리의 경험을 만들어 냈다. 혹자는 노동과 자본의 전선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개량적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 청년유니온은 “승리의 경험이 전무한 청년세대에게 노동운동에서까지 패배의 경험을 안겨 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유니온 3기 역시 이기는 싸움에 집중할 계획이다. ‘프로페셔널’한 노동운동을 하면서, 정권의 탄압을 받을 때까지 힘을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 조성주

양호경 : 청년노동 영역에 전문가들이 많지 않다. 청년유니온에 문의가 많이 온다. 시간제 일자리 등 청년유니온이 갖고 있는 역량을 웃도는 요구가 적지 않다. 노동상담이 들어왔을 때 다른 산별에 넘겨준 적도 있다. 노조가 있으면서도 고용형태가 달라 노조의 도움을 못 받는 분들의 문의도 많았다. 3기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 조직적 역량과 힘을 키워야 한다. 청년유니온의 목소리가 커지면, 노동자의 목소리도 커진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3기는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싸움 말고, 주류 싸움을 했으면 좋겠다.

한지혜 : 1기는 이슈파이팅을 통해 청년유니온을 많이 알렸고, 2기는 교섭을 시도해 일정한 성과를 만들었다. 3기는 사회적 교섭을 성사시켜야 한다.

청년유니온의 힘이 커져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2기까지는 영세사업자나 프랜차이즈 기업과 교섭할 때 법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노조라면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이상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복지를 늘려 달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강언주 : 세상을 뒤흔들 정도의 큰일을 낸 것은 아니지만 청년유니온의 가능성은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3기에서는 한번쯤 세상을 움직여 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3기 집행부에 회계감사로 출마했다.

사회 : 청년유니온이 그리는 청년노동의 이상이 있다면.

한지혜 : 청년유니온의 발전적 해체가 이상이다. 노동자는 하나다. 청년노동을 특별한 노동으로 다룰 필요가 없어진다면 세대별 노조가 아닌 기업별·산업별 노조로 들어가면 된다. 실업자·구직자도 함께 말이다.

조성주 : 청년노동에서 청년이란 말을 빼도 좋을 만큼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현대자동차 노동자가 같은 노동자로 대화하는 날이 와야 한다. 편의점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서 고생하시네요"라고 웃으면서 말하면 "당신은 편의점에서 핸드폰 게임이라도 하면서 일하지 않느냐"고 미소 짓는 그런 날 말이다.
   
▲ 정기훈 기자

글=구태우 기자 / 사진=정기훈 기자

구태우  ktw9@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태우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